美스탠퍼드대 연구팀, 파킨슨병 증상 완화하는 뇌자극기 효과 입증

최근 미 스탠퍼드대 의사 연구팀이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기존 뇌심부자극술(DBS)이 미국과 유럽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뇌파를 실시간으로 읽고 자극 강도를 자동 조절하는 ‘적응형 뇌심부자극기(adaptive DBS, aDBS)’가 환자의 뇌 상태에 따라 자극 강도를 조절해 기존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고 운동 증상 완화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헬렌 브론트스튜어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임상시험에서 aDBS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이 기술은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6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학술지 게재를 앞두고 있다.
연구팀은 “aDBS 기술이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 파킨슨병은 물론 투렛증후군, 강박장애(OCD), 우울증 등 다양한 신경질환 치료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aDBS는 기존 기기의 한계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DBS는 두개골에 전극을 삽입해 24시간 일정한 전기 자극을 뇌에 전달한다. 운동 이상을 완화하지만 약물 부작용을 증폭시키거나 충동 조절 장애, 말 어눌함, 낙상 위험 증가 등 부작용도 유발할 수 있다.
aDBS는 뇌파 중 주파수 범위가 13~30Hz(헤르츠)인 ‘베타파’의 활동 변화를 실시간 감지해 자극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약효가 올라가면 자극을 줄이고 약효가 떨어지면 자극을 높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aDBS 장치를 이식받은 6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시험에 참여한 한 환자는 “기존 자극기로도 떨림이 사라지긴 했지만 aDBS의 경우 약이 덜 필요했고 기분도 좋아졌다”며 “다시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30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지난해 학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험에 참여한 45명 중 44명이 자발적으로 aDBS 모드 유지를 선택했다. 기술의 핵심은 베타파 활동의 병적 패턴을 탐지하고 이에 따라 자극을 조절하는 알고리즘이다.
연구팀은 앞서 지난 10년간 다양한 프로토타입 장치를 활용해 질병이 발생한 환자의 뇌파 지도를 만들고 그에 반응하는 자극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2019년에는 이 알고리즘을 적용한 시험에서 운동 장애와 보행 동결 현상이 유의미하게 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약 400여 명이 이 기술로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실제 생활 환경에서 장기간 추적할 수 있는 대규모 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 외에도 근긴장이상증, 본태성 떨림, 투렛증후군 등 다양한 신경질환에 적용 가능성이 제시된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의 경우 아직 병적 뇌파 패턴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울증에서 증상이 호전될 때 특정 뇌파 패턴이 나타났다는 초기 연구 결과도 있다.
aDBS 연구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환자 1인당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이 들 수 있어 연구비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미국에선 뇌 이식기기 연구를 지원하던 ‘BRAIN 이니셔티브’ 예산이 40% 삭감돼 연구 지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파킨슨병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2050년까지 250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연구를 이끈 브론트스튜어트 교수는 “맞춤형 뇌 자극 기술이 더 많은 환자에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며 “지금이 치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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