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안 쓰고 가을 나들이하면 백내장·황반변성 위험

  • 김지현 기자
  • 발행 2025-09-15 12:03

▲ 가을 자외선은 백내장·황반변성 등 눈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움말: 최광언 고대구로병원 안과 교수

#70대 박모 할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신문 글자가 뿌옇게 보여 읽기가 힘들어졌다. 산책길 경계석이 흐릿하게 보여 발을 헛디딜 뻔하고, 저녁에는 가로등 불빛이 번져 운전이 두렵다. 병원을 찾은 결과, 눈 속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지는 백내장이 진행 중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백내장이 단순한 노화뿐 아니라 자외선 노출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을 자외선도 눈에 위협


가을은 선선한 바람에 야외 활동이 늘지만, 햇볕은 여전히 강하다. 피부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면서도 눈 보호는 소홀하기 쉽다.


자외선은 UV-B와 UV-A로 나뉘는데, UV-B는 각막에 흡수돼 각막염을, UV-A는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까지 도달해 손상을 일으킨다. 장기간 노출되면 각막염·결막염·군날개뿐 아니라 백내장과 황반변성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외선은 수정체 단백질을 산화시켜 백내장을 유발한다. 백내장이 진행하면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빛이 안개 낀 듯 번져 보인다.


이미 혼탁이 생긴 수정체는 회복이 불가능해 약물로 진행을 늦추거나 상태가 악화되면 인공수정체 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황반변성은 중심 시력이 손상돼 물체가 휘어져 보이고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최다 수술 질환 '백내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 수술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백내장 수술 건수는 63만 7879건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된 수술로 집계됐다.


흔히 허리 디스크나 위장 수술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노인성 안질환인 백내장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정상적인 수정체는 맑은 유리처럼 빛을 통과시키지만, 나이가 들수록 혼탁이 생겨 흐려지고 빛이 산란한다. 이로 인해 물체가 겹쳐 보이거나 시야가 급격히 흐려진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지만, 진행되면 복시(겹쳐 보임), 눈부심, 야간 시력 저하 등으로 이어진다. 신호등 불빛이 세 개로 겹쳐 보이거나 글씨가 번져 보이면 대표적인 신호다.

◇수술 시점과 예방


수술 여부는 개인차가 크다. 어떤 이는 수년간 천천히 진행되지만, 어떤 이는 짧은 기간 내 급격히 악화된다.


안과 전문의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편하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백내장은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아 결국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필요하다.

조기 수술이 권장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전신 건강이 향후 악화될 가능성이 크거나, 백내장이 녹내장·포도막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때는 초기라도 수술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을철 눈 건강 수칙


백내장 예방에는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UV400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챙 넓은 모자·양산을 활용해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단순히 색만 진한 선글라스는 오히려 동공을 확장시켜 자외선 유입을 늘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건조한 가을 날씨에는 인공눈물을 사용해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들은 성인보다 수정체가 투명해 자외선에 더 취약하고, 고령층은 누적된 자외선 노출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와 흡연도 백내장 발생을 앞당길 수 있어, 생활습관 개선과 금연이 권장된다.

최광언 교수는 “백내장은 개인차는 있으나 일단 시작되면 자연적으로 좋아지지 않는다”며 “외출 시 선글라스와 모자로 눈을 보호하고, 정기 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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