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성적·정서까지…아침 식사가 만드는 변화

  • 부동희 기자
  • 발행 2025-12-27 10:26

▲ 바쁜 아침에 거르기 쉬운 한 끼지만, 아침 식사는 아동·청소년의 건강과 학업, 정서 안정에 큰 영향을 준다. [사진=셔터스톡]

아침은 하루 중 가장 분주한 시간이다. 학생은 등교 준비로, 직장인은 출근 준비로 바쁘고,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등원까지 챙기다 보면 아침 식사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는 이 ‘아침 한 끼’가 아동·청소년의 신체 건강은 물론 학업 성취도와 정서 안정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의 37.3%가 아침을 거른다고 답했다. 성장기 아동·청소년의 결식률도 적지 않다. 6~11세는 16.6%, 12~18세는 45.5%에 달했으며, 이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아침 결식, 비만·혈압·혈당 위험 높인다

아침 식사를 거를 경우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다. 동국대일산병원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해 초등학생 3,590명의 아침 식사 빈도와 건강 지표를 비교했다.

그 결과 주당 아침 식사 횟수가 2회 이하인 학생은 5회 이상 섭취하는 학생보다 평균 체질량지수가 0.80kg/㎡ 높았고, 허리둘레는 2.20cm 더 길었다.


비만 비율도 주 2회 이하 집단이 14.22%로, 주 5회 이상 집단(7.80%)의 약 1.8배였다. 혈압과 공복 혈당 역시 결식 집단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식습관의 질에서도 차이가 났다. 아침 식사 빈도가 높은 학생들은 전체 에너지 섭취량과 탄수화물·단백질 섭취가 충분한 반면,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은 총 섭취 열량은 낮지만 지방과 나트륨 섭취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 책임자인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끼니를 거르면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으로 보상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이런 식습관은 혈당 상승과 비만,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됐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오리엔탈레대학교 연구진이 전 세계 39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아침 식사를 거르는 아동·청소년은 비만 위험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은 낮은 반면 L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는 높았다.

아침 식사와 학업 성취도, 뚜렷한 상관관계

아침 식사는 학습 능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삼육서울병원 연구진이 2017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참여한 중·고등학생 6만 2천여 명을 분석한 결과, 매일 아침 식사를 하는 학생 집단에서 학업 성취도가 상위권인 비율이 47.0%로 가장 높았다.


반면 아침을 전혀 먹지 않는 집단에서는 상위권 비율이 31.0%에 그쳤고, 하위권 비율은 41.1%로 가장 높았다.

아침 식사 횟수가 많을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는 정비례 관계는 해외 연구에서도 반복 확인된다. 영국 리즈대학교가 36편의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아침 식사 빈도와 학업 성취도는 일관되게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한병덕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뇌는 포도당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기”라며 “아침 식사를 통해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돼야 집중력과 이해력, 체력 유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서 안정과 행복감에도 영향

아침 식사의 효과는 신체와 학업에 그치지 않는다. 남형경 극동대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는 2021~2023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자료를 분석해 아침 결식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살폈다.

분석 결과 아침 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 청소년 가운데 “매우 불행하다”고 답한 비율은 36.6%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매일 아침을 먹는 청소년에서는 “매우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4.1%로 가장 높았다. 스트레스, 외로움, 절망감 경험률과 자살 생각 경험 비율 역시 결식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복 상태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불안과 짜증을 유발하는 반면, 규칙적인 아침 식사는 생리적 안정감과 정서적 만족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아침 식사 습관, 교육이 관건

여러 연구는 아침 식사 습관이 교육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삼육서울병원 연구에서도 학교에서 영양 및 식사 습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아침 식사 빈도가 높았고, 학업 성취도 역시 더 양호했다.

연구진은 아침 식사 실천을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기보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영양 교육과 환경 조성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아침밥 먹기 시범 사업은 일부 지역에서 시행됐으나, 예산과 운영 문제로 지속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성장기 아동·청소년에게 아침 식사의 효과가 분명히 입증된 만큼, 건강한 미래를 위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과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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