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양 먹어도 다르다"…암 사망 위험 가르는 ‘고기 종류’

서울대병원·이대서울병원 공동연구팀, 성인 14만여 명 분석
붉은 고기·내장육·가공육, 성별·암 종류별로 다른 연관성 보여

▲ 고기 섭취량보다 고기 종류가 특정 암 사망 위험과 더 관련이 깊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AI 생성이미지]

고기를 많이 먹는 것 자체보다 어떤 고기를 먹느냐가 특정 암 사망 위험과 더 관련이 깊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와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인선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14만7562명을 대상으로 육류 종류별 섭취량과 암 종별 사망률의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자는 남성 5만3847명, 여성 9만3715명이었다. 연구팀은 육류를 붉은 고기, 닭고기, 내장육, 가공육으로 나눠 섭취량에 따른 암 사망 위험을 비교했다. 붉은 고기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내장육은 간과 곱창 등, 가공육은 햄·소시지류 등이 포함된다.

분석 결과 전체 육류 섭취량은 남녀 모두에서 전체 암 사망률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고기 종류와 성별, 암 종류별로 나눠 보면 차이가 나타났다.


▲ 육류 종류별·암 종별 연관성 분석에 대한 AI 생성 이미지 [서울대병원 제공]

남성의 경우 붉은 고기를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보다 위암 사망 위험이 52% 낮았다. 이러한 경향은 체질량지수(BMI)가 25 미만이거나 흡연 경험이 있는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한국의 식문화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내에서 붉은 고기는 돼지고기 비중이 크고, 서구처럼 염장·훈제 형태보다 구이 방식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 염분 노출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육류 섭취가 많은 집단이 상대적으로 건강검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반면 남성 가공육 섭취자는 가공육을 먹지 않는 사람보다 직장암 사망 위험이 2.45배 높게 나타났다. 가공육은 염분과 보존료, 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 등이 건강 위험과 관련될 수 있어 평소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여성에서는 내장육 섭취와 특정 암 사망 위험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내장육을 비교적 많이 섭취한 여성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보다 유방암 사망 위험이 2.57배, 췌장암 사망 위험이 1.83배 높았다.

이러한 연관성은 60세 이상, BMI 25 미만, 비흡연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간·곱창 같은 내장육에 비소, 카드뮴, 납 등 중금속이 일반 살코기보다 더 많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물질이 체내 지방 조직에 축적됐다가 노화나 체중 변화 과정에서 혈액으로 빠져나오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고기 섭취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육류의 종류와 섭취 방식에 따라 건강 영향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가공육과 내장육은 자주 많이 먹기보다 섭취 빈도를 조절하고, 채소와 함께 균형 있게 먹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육류를 선택할 때 단순히 양만 따지기보다 조리 방식과 가공 정도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굽거나 튀기는 과정에서 탄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짠 양념이나 가공육 섭취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양·식이 분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에 게재됐다.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왼쪽)와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인선 교수 [서울대병원·이대서울병원 제공]
    
구재회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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