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라 불린 '크릴오일 영양제', 왜 사라졌나?

한때 ‘혈관 청소부’로 불리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뜨겁게 달군 크릴새우 영양제(크릴오일)의 인기가 급속히 시들해지고 있다. 크릴오일 열풍은 가라앉았고, 유통 매대에서도 관련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과연, ‘건강을 위한 선택’으로 각광받던 크릴오일은 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된 걸까.
기대 컸던 효능, 과학적 근거 부족
크릴오일은 남극 해역에 서식하는 작은 갑각류 ‘크릴새우’에서 추출한 오일로, 오메가‑3 지방산(EPA, DHA)과 강력한 항산화 성분 아스타잔틴이 함유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기존 피쉬오일보다 인지질 구조로 체내 흡수율이 높다는 점이 강조되며, 심혈관 질환 예방, 염증 개선, 뇌 건강 등에 효과적이라는 마케팅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효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시애틀의 영양학자 주디 사이먼(Judy Simon, MS, RD)은 “크릴오일이 피쉬오일에 비해 월등하다는 뚜렷한 임상 결과는 아직 없다”며, “가격 대비 건강상 이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성 논란과 과대광고에 신뢰도 흔들려
효능에 대한 의문 외에도, 제품 안전성과 품질 논란도 인기를 떨어뜨린 주요 요인이다. 지난 2020년, 국내 유통 중인 일부 크릴오일 제품에서 잔류 용매인 에톡시퀸과 헥산 등 유해 물질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리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와 함께 “혈관을 뚫는다”, “콜레스테롤을 완벽히 제거한다”는 식의 과장된 광고 표현도 빈번히 문제가 됐다. 식약처는 크릴오일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허위·과대 광고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4월 18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식약처는 “크릴오일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에 해당하므로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는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짚었다.
또 의료계에서는 ‘크릴 오일과 질병 예방은 무관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었고, 대한심장학회는 “치료 중인 심혈관계 환자들에게 크릴 오일이 큰 효과가 없었다”며 “크릴이 아니더라도 오메가3 지방산은 식물로 대체할 수 있으니 펭귄에게 양보하라”는 의견을 남겼다.

대체재 확산으로 선택지 넓어진 소비자
가격 역시 소비자 발길을 돌리게 한 한몫을 했다. 크릴오일은 남극 크릴을 채취·가공하는 고비용 구조로 인해 일반 오메가‑3 제품보다 가격이 2~4배가량 높다. 반면 최근에는 피쉬오일 외에도 해조류 유래 오메가‑3, 아마씨유, 치아씨드 오일 등 보다 저렴하고 기능성이 검증된 대체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때 국내 크릴오일 시장은 연간 수백억 원 규모까지 성장했지만, 현재는 판매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한 건강기능식품 유통 관계자는 “2021년 이후 크릴오일 제품군은 재고 회전율이 크게 떨어져 사실상 철수된 브랜드도 많다”고 전했다.
국제 환경단체들도 남획에 따른 생태계 파괴 우려를 제기하며, 지속 가능한 공급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크릴은 남극 생태계의 핵심 먹잇감으로, 고래·물개·펭귄 등의 주요 식량 자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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