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겨울 김치, 투석환자는 왜 조심해야 할까

동지가 다가오면 집집마다 팥죽 냄새가 퍼지고, 겨울이면 김장 김치가 식탁의 중심이 된다.
하지만 이런 계절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먹을 수 없는 ‘주의 식품’이 된다. 바로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50대 회사원 B 씨는 지난해부터 주 3회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예전에는 겨울이면 생굴을 넣은 김치와 과일 간식을 즐겼지만, 투석을 시작한 뒤 식습관은 완전히 달라졌다.
음식마다 칼륨과 인 함량을 따져야 하고, 먹는 양도 철저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B 씨는 “동지 팥죽 한 그릇도 마음 편히 먹지 못한다는 게 가장 아쉽다”고 말한다.
혈액투석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성분 중 하나는 칼륨이다.
생김치, 굴, 일부 채소와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은 체내에 쌓이면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고칼륨혈증은 근육 무력감, 손발 저림,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생명을 위협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칼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능력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음식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채소와 과일을 완전히 피할 필요는 없지만 섭취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채소는 잘게 썰어 물에 2시간 이상 담가 칼륨을 충분히 빼낸 뒤 먹는 것이 좋다.
과일 역시 하루 권장량을 넘기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혈액투석 환자는 식품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새로운 음식을 먹기 전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호흡곤란, 흉통, 심한 두근거림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동지에 빠질 수 없는 팥죽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팥에는 인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인은 혈액투석으로도 잘 제거되지 않는다.
혈중 인 수치가 높아지는 고인산혈증은 가려움증, 관절 통증, 부종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뼈가 약해지는 골이양증의 원인이 된다. 유제품, 잡곡류, 견과류 역시 인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식품이다.
국내 혈액투석 환자는 2025년 기준 약 13만 명으로 추정된다.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늘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만성콩팥병과 투석 환자는 앞으로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만성콩팥병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도 환자 증가의 한 요인이다.
콩팥병은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질환으로,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진행되면 부종, 피로감,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원인 질환 관리와 함께 식단·체중 관리,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치료의 기본이다. 말기에 이르면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은 신장 기능이 15% 이하로 떨어진 말기 환자에게 시행되는 대표적인 신 대체요법이다.
체외에서 인공 장치를 이용해 혈액 속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걸러낸 뒤 다시 체내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한 번에 4시간 이상 소요된다.
짧은 시간에 노폐물을 제거하기 때문에 투석 직후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투석 환자에게 식이관리는 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
칼륨과 인, 나트륨, 단백질 섭취를 적절히 제한하면서도 충분한 열량을 공급해야 한다. 식이요법을 잘 지키면 전해질 이상, 부종, 고혈압 같은 합병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울산엘리야병원 인공신장센터 정경민 과장은 “혈액투석 환자에게 식이요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식습관은 혼자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과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치료에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