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자주 받기보다 잘 받아야 하는 이유
국가검진의 한계와 ‘적정 검진’의 기준

건강검진은 더 이상 아플 때 받는 검사가 아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몸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질병의 신호를 미리 찾아내 관리하는 예방의학의 출발점이다.
특히 연초가 되면 “올해는 건강 좀 챙겨보자”는 마음으로 건강검진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검사 항목을 최대한 많이 추가하거나, 정밀 검사를 한꺼번에 받으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건강검진은 많이 받을수록 좋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검진의 핵심은 횟수나 항목 수가 아니라, 개인에게 맞는 검사인지 여부”라고 강조한다. 최근 CT 과다 촬영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 질문은 더 중요해졌다.
증상이 없어도 검진은 필요하다, 다만 ‘무엇을, 언제’ 받을지는 달라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위암이나 대장암 역시 상당 부분 진행되기 전까지 특별한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사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료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실제로 내시경이나 초음파, 영상 검사를 통해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 위암이나 대장암, 간 질환이 발견되는 사례는 많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부담이 크게 줄고 예후도 좋아진다. ‘검진으로 살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다만 모든 검사가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자주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검진의 종류와 빈도는 연령, 성별, 가족력, 생활습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국가건강검진, 기본은 되지만 충분하진 않다
국가건강검진은 국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기본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 흉부 X선, 일부 암 검진을 통해 주요 질환의 위험 신호를 선별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와 위험 요인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장암이다. 공단 검진에서는 분변 잠혈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야 대장 내시경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있다. 가족력이나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라면, 공단 검진 결과와 관계없이 대장 내시경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조기 발견에 더 효과적이다.
간암, 췌장암, 담낭 질환, 갑상선 결절 등도 초음파 검사 없이는 발견이 쉽지 않다.
기본 검진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하기보다는, 본인에게 필요한 추가 검사가 무엇인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암과 대장암은 내시경을 통해 병변을 직접 관찰하고 조직 검사를 해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혈액 검사나 조영술은 선별 검사에 해당해 초기 병변을 놓치기 쉽다.
특히 조기암의 경우 내시경이 아니면 발견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위내시경은 2년에 한 번, 대장 내시경은 5~10년에 한 번이 권장된다. 다만 가족력이나 용종 제거 이력, 관련 증상이 있다면 검사 주기는 더 짧아질 수 있다.
대장 용종은 내시경 검사 중 바로 제거할 수 있어, 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 효과가 크다.
“자주 찍을수록 안심”은 오해…CT 과다 촬영, 오히려 위험이 될 수도
최근 건강검진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받는 이슈는 CT 촬영 증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의료영상검사 이용이 늘면서, 연간 방사선 피폭량이 100밀리시버트(mSv)를 넘는 고위험군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서울–뉴욕 노선을 수백 차례 왕복하는 것에 해당하는 누적 방사선량이다.
CT 촬영 인원보다 촬영 건수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 CT를 반복 촬영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복부 CT 1회 촬영 시 피폭량은 약 6.8mSv로, 반복 촬영 시 누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 등 국제기구는 의료 목적의 방사선 검사에 명확한 노출 한도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누적 피폭량이 100mSv를 넘을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소폭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검진이 오히려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다만 이는 CT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CT는 병의 범위를 평가하거나 응급 상황, 정밀 진단이 필요한 경우 매우 중요한 검사다.
문제는 다른 검사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관성적으로 CT를 반복하는 경우다.
내시경·초음파는 1차 평가, CT는 ‘정말 필요할 때’
건강검진 목적이라면 내시경과 초음파, 혈액 검사로 1차 평가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들 검사는 방사선 노출이 없거나 매우 적고, 조기 질환 발견에 효과적이다.
반면 CT는 필요한 상황에서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진 이력을 잘 관리하고,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이전 검사 기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반복 촬영을 줄일 수 있다. “자주 받는 검진이 곧 좋은 검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연령·성별 따라 달라지는 검진 전략
20~30대는 기본 건강검진을 중심으로 위험 요인에 따라 항목을 선택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흡연·음주 습관이 있거나 비만, 가족력이 있다면 검진 주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갑상선 결절이 비교적 흔한 연령대이기 때문에 필요 시 초음파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40대 이후부터는 암 검진 비중이 커진다. 위암과 유방암 검사는 40세부터, 대장암 검사는 50세부터 국가검진에 포함된다.
간암은 B형·C형 간염 보유자나 간경변증 등 고위험군에 한해 정기 검진이 권장된다. 남성은 50세 이후 전립선 특이 항원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 위험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은 20대 중후반부터 자궁경부암 검진이 중요하며, 40세 이후에는 유방 촬영술과 함께 유방 초음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밀 유방의 경우 촬영술만으로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진 결과는 단순히 받아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분변 잠혈 양성, 공복혈당 상승, 심전도 이상, 초음파상 종양 의심 소견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추가 검사나 진료로 이어져야 한다. 단일 수치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기준 범위와 과거 결과와의 변화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검진센터를 선택할 때도 전문의 상주 여부, 내시경 안전 관리, 응급 대응 체계, 결과 상담의 충분성 등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루에 모든 검사를 몰아서 받기보다, 몸 상태에 따라 나눠서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건강검진은 ‘연례 행사’가 아니다
건강검진은 해마다 돌아오는 숙제가 아니다.
내 몸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생활습관과 치료 방향을 점검하는 출발점이다. 조기 발견을 위한 검진의 가치와 함께, 과잉 검사로 인한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많이 받는 검진보다, 잘 선택한 검진이 더 중요하다. 건강검진은 숫자가 아니라, 관리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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