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서 던진 질문…의료비, 병원 중심으로 버틸 수 있나
건강보험 적자 전망·의료비 급증 속, 재택의료·통합돌봄이 대안 될까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구조적 현실이 됐다.
문제는 단순히 노인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에 따라 의료비·돌봄 비용·사회보험 재정 부담이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024년 10월 발표한 인구통계 브리프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33년 28.3조원 적자로 전환되고, 누적준비금 역시 65.8조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은 2042년 15.9%까지 상승해 OECD 평균 12.2%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를 추월해, 한국이 OECD 국가 중 의료비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오래 사는 사회, 하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짧다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는 ‘수명 연장’과 ‘건강 유지’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미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 사이 기대수명은 2.5년 늘었지만 건강수명은 0.7년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이 격차는 곧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65세 이상 노인의 만성질환자 비율은 83.7%로, 65세 미만 인구(31.0%)보다 훨씬 높다.
특히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의료비는 질환 개수가 늘어날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다.
국회미래연구원은 고령층이 만성질환이 없더라도 이미 평균보다 높은 의료비 부담을 지고 있으며, 복합만성질환이 3개 이상일 경우 본인부담 의료비가 약 1.8배까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의료 이용 구조 역시 문제다. 한국은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5.2%에 불과해 OECD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그 결과 민간 병원, 특히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전체 요양기관 수에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전체 요양급여 비용의 43.9%를 차지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3차 병원 쏠림 현상’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고령 환자에게 병원 중심 의료는 너무 복잡하다”
이 문제는 현장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한민규 기획이사는 기고를 통해, 고령 환자들이 병원 중심 의료체계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진료를 받기 위해 가족이나 요양보호사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고, 복잡한 검사 동선과 의료 설명 전달 과정에서 정보 누락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한 이사는 “고령 환자의 기능 저하를 고려하면, 의료가 환자를 병원으로 불러들이는 구조보다 의료가 생활공간으로 찾아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택의료·방문진료·지역 기반 돌봄이 중요한 이유다.
일본과 대만이 먼저 선택했다, ‘집으로 가는 의료’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과 대만은 이미 병원 중심 구조의 한계를 인식하고 방향을 전환했다.
일본은 2013년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도입해 재택의료를 제도화했고, 현재는 의료·돌봄·주거를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연계하는 구조를 운영 중이다.
대만 역시 재택진료, 간호, 24시간 상담, 호스피스를 통합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고령 환자를 ‘이동 가능한 환자’로 보지 않고, ‘생활 속에서 돌봄과 의료가 필요한 존재’로 제도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초고령사회 대응의 핵심으로 ‘건강한 노화(Healthy Ageing)’를 제시하고 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에서 건강환경·인구국을 총괄하는 오카야수 히로마사 박사는 인터뷰에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적 역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HO는 건강을 질병 유무로만 판단하지 않고, 신체·정신적 기능과 환경의 지원이 결합된 상태로 바라본다. 이를 위해 1차 의료 강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예방 중심 정책, 디지털 헬스 기술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택의료·디지털 헬스, 재정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국회미래연구원은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차의료 중심 의료전달체계 개편 ▲주치의 제도 도입 ▲가치 기반 수가체계 ▲예방 중심 의료 강화를 제안했다. 이는 WHO가 제시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재택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는 인력 부족과 의료비 증가라는 이중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원격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 연속혈당측정기(CGM) 등은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면서 불필요한 입원과 외래 방문을 줄일 수 있다.


“올해 정책은 시작된다”…통합돌봄,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병원 중심 의료에서 벗어나, 의료·돌봄·주거·복지를 지역사회 안에서 연계해 고령자가 가능한 한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이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방향성으로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제도 도입 자체보다 실제 작동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재정 구조, 의료 전달체계, 수가 체계가 함께 바뀌지 않는다면 통합돌봄 역시 또 하나의 ‘정책 실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의료가 계속 병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삶의 현장으로 이동할 것인가. 통합돌봄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정책적 답변이다. 그리고 그 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제도의 설계가 아니라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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