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근 의협 대변인 “의사 수급추계, 중장기 예측에 맞지 않아”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6-01-14 12:18

▲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인력 수급추계가 과학적 근거와 검증이 부족하다며, 이를 의대 정원 확대의 정책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데
우려를 제기했다. 사진은 김성근 의협 대변인 [사진=대한의사협회]

의사 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추계가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검증 없이 정책 판단의 토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중장기 예측에 적합하지 않은 통계 모형 사용과 핵심 변수 누락이 의사 수 과다 추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헬스케어저널은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의협이 지적하는 인력 추계의 구조적 한계와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쟁점을 들어봤다.


Q1. 최근 발표된 의사 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추계에서 어떤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습니까.

이번 추계위원회에서는 사용가능한 한정된 변수와 선진국들이 사용하지 않는 아리마(ARIMA) 모형의 결과를 주요 모형이나 장기 수요 예측의 주요 방법론으로 채택하였습니다.


아리마 모형은 기본적으로 선형 예측 모델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과거의 자료로 내일, 모레를 예측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5년 뒤 예측값에 비해 6년 뒤 예측값의 오차는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즉, 5년 혹은 10년 이상의 중장기 예측에 적합하지 않고, 단기 예측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계위는 의사 수 수급 통계에 의료이용량을 2000년 이후로 설정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0년에는 요양병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의료이용량도 비정상적으로 늘었습니다. 이 시기 데이터를 아리마 통계 모형에 넣으면 미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부풀려지는 결과가 나옵니다.


저희 의사협회가 자체적으로 검증해 봤더니 2010년을 기점으로 데이터의 구조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측 기간을 길게 할수록 오차가 커지고 예측된 의료 수요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의사수를 과다하게 추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통계 모형도 모형이지만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변수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의사협회는 전 세계에서 표준으로 간주되고 있는 전일제 환산지수(FTE), 즉 의사의 근무 시간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체계인 만큼 보건의료 관련 데이터가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집중돼 있어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중요한 변수는 긴급 연구과제로 발주한다든지 해서 변수로 반영한 결과를 생산하는 과정이 따랐어야 합니다.


12월까지라는 기간을 정해놓고 중요한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증원’이라는 의도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좌훈정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의사 수급추계 결과 발표와 관련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2. 의사 인력 수급추계 결과가 정책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는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어떤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까.

다른 나라의 추계센터는 2년 이상의 충분한 기간을 두고 50가지 이상의 변수를 투입해 분석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추계위원들이 치열하게 논의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위원들의 계속된 반론에도 시간에 쫓겨 기준을 임의대로 정하고 다양한 추계방식이 묵살된 내용이 모두 회의록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회의록을 보면 위원회 안에서도 외국에서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변수에 대해 고려하지 못했다, 데이터가 부족하다, 가정이 비현실적이라는 등 추계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원 한 명당 발언 시간이 5~6분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는 전문가의 식견을 반영하기보다 정부 뜻을 관철하기 위한 요식 행위에 가까운 것이라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리적 시간과 과학적 근거 및 데이터가 부족한 이번 추계결과가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또다시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Q3. 의료계의 문제 제기를 ‘의사 수 확대 반대’나 ‘직역 이기심’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인력 부족 논의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나오게 된 결정적 이유는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 때문입니다. 문제는 의대 졸업생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이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실을 외면한 낙관일뿐입니다.


즉 의사 인력 부족 논의는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몇 명이 필요한가’를 이야기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을 공언한 공공의대, 지역의사제라는 정책적 개입에 따라 시장이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도 미래 의사수 추계에 반영해야 합니다. 물론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는 전문가 자문이나 연구를 통해 적절한 지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의료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국민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지가 있습니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데 전문가 단체로서 강력한 우려를 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정책은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기본설계도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지역에는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환자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 안에 들어있는 의미를 정책 당사자들은 잘 파악해야 합니다.

Q4.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불가피하다면, 대한의사협회는 어떤 전제와 조건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까. 특히 교육 여건과 수련 체계, 의료 전달체계 측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입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의대정원 ‘확대’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됩니다.


지역의료 붕괴는 지역 소멸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고, 특히 중증 질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에 대한 정책적 판단과 지원이 그 시작입니다. 또한 지역민들이 지역 의료진과 병원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투자와 홍보 역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의료진에게는 정주 여건 개선 및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 마련을 통해 합리적인 유인책을 마련하여 자연스러운 정착을 꾀해야 합니다. 지역우수인재전형으로 뽑는 의대생의 정착이 이루어지도록 정책 개발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2024년 2000명이라는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결과로 지금 의대 교육 현장은 붕괴 직전입니다. 복귀 학생 및 신입생을 포함한 다수의 인원을 한꺼번에 교육해야 한다는 점은 학사행정 및 교육현장에 극심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두 학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길게는 10년 이상의 의학교육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수련까지 생각하면 더 긴 시간의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의과대학 내 강의실이 부족해 타 단과대학 강의실을 빌려쓰는 등 인프라 부족 문제가 현실화 되고 있고, 교수진은 교육과 진료, 연구 모두를 감당해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쥴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단순 숫자 맞추기가 아닌 교육의 질 담보가 우선되어야 함을 분명히 강조 드립니다. 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 여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려 없이 단순히 숫자만 맞추는 식의 논의는 어렵습니다.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6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5. 2035년·2040년 등 추계 시점에 따라 의사 부족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상황에서, 정책 결정은 어떤 기준과 속도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2035년·2040년 등 추계 시점에 따라 의사 부족 규모가 차이가 컸습니다. 그만큼 인력 추계가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반증입니다.


교육부의 올해 4월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 시한에 쫓겨 검증되지 않은 결론을 내는 것은 2천 명 증원 사태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보정심을 통해 적정 정원을 정책적으로 결정한다고 하지만 만약 기한 내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하다면, 2026학년도와 같이 특례를 적용해 2027학년도 정원 결정을 유예하고 추계위에서 합리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추계하도록 권고할 필요성까지 염두해야 합니다.


의대정원 2000명 확대 이후 24, 25학번이 더블링 된 교육 현장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졸지에 두 배로 늘어난 인력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교육부터 임상실습까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지 등 논의가 필요합니다.


Q6. 아울러 이번 의사 인력 수급 논의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 사회가 반드시 짚어야 할 핵심 쟁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의료현장은 수많은 직역들이 얽혀 유기적으로 기능하고 있으므로 이를 다루는 의료정책 역시 유기적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따라서 의료정책은 탁상공론이 아닌, 의료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반영하여 수립하고 시행되어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닌, 상호 존중과 소통의 자세로 국민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의료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을 정부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의협의 주장이 일방적인 요구로 비치지 않도록, 의료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와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근거 제시, 환자 안전 영향 분석, 비용·효과 검토자료 등을 전달하며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객관적인 자료로 주장을 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합리적 해결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성근 대변인은 이번 논의의 핵심은 ‘의사 수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의료 인력을 어디에, 어떤 조건으로 배치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충분한 데이터와 검증 없이 속도에 쫓긴 정책 결정은 의료 현장의 혼란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의료 인력 수급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단순한 숫자 논쟁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교육·수련 여건, 지역 의료의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장기 인력 정책일수록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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