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졌을 뿐인데…" 노년기 생명 위협하는 골절의 경고

고관절 골절 사망률 최대 20%… 골다공증·재활 관리 중요

▲ 한 번의 넘어짐이 걷는 삶과 독립적인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 [사진=AI 생성이미지]

“어머니가 집 안에서 넘어지셨는데 처음에는 단순 타박상인 줄 알았습니다.”

80대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김모 씨는 낙상 후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어머니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검사 결과는 척추 압박 골절이었다. 다행히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 보행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일상생활에도 큰 제약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노년기 낙상을 단순 사고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고령층에게 낙상은 독립적인 생활을 무너뜨리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특히 고관절 골절과 척추 압박 골절은 노년기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골절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골대사학회가 발표한 공동연구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 한국인의 골다공증 골절 발생 건수는 2022년 기준 43만4470건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32만3806건) 대비 34.2% 증가한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80대가 31.0%로 가장 많았고, 60대(26.4%), 70대(26.3%) 순으로 나타났다.

◇ 1년 내 사망률 20%, 치명적인 고관절 골절

노년기 낙상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위는 고관절이다. 허벅지뼈와 골반을 연결하는 고관절이 부러지면 걷는 것은 물론 혼자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자료에 따르면 노인 고관절 골절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받더라도 1년 이내 사망률이 15~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움직이지 못한 채 장기간 침상에 머물면서 폐렴, 욕창, 패혈증, 심부정맥혈전증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 강북힘찬병원 신경외과 정기호 병원장

강북힘찬병원 신경외과 정기호 병원장은 “고관절 골절은 단순히 뼈가 부러진 상태가 아니라 노년기 건강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고령 환자는 장기간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르게 수술을 시행하고 조기 보행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관절 골절 환자의 치료 목표는 단순히 뼈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걷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며 “수술 이후 재활까지 체계적으로 이어져야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가벼운 기침에도 발생하는 척추 압박 골절

고관절 골절만큼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척추 압박 골절이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큰 충격이 아니더라도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기침, 재채기만으로도 척추뼈가 주저앉을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단순 허리 통증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많은 환자가 근육통으로 오인해 진통제나 파스에 의존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

하지만 압박 골절을 방치하면 척추가 점차 무너지면서 등이 굽고 신장이 줄어드는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만성 통증과 보행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 병원장은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 골절은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며 “노년층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허리 통증을 느끼거나 키가 줄고 등이 굽는 변화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골절 뒤에 숨어 있는 ‘골다공증’

노년기 골절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뼈 도둑’이라고 불린다.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골밀도 관리가 필수적이다. 칼슘과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걷기나 가벼운 근력 운동 등 체중 부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통해 골다공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정 병원장은 “골다공증은 골절이 발생한 이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한 번 골절을 경험한 환자는 재골절 위험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골절 치료와 함께 골다공증 관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술만큼 중요한 재활, 일상 복귀의 열쇠

골절이 발생해 수술을 받았다면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더라도 장기간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은 빠르게 감소하고 관절은 굳어버린다. 결국 보행 능력 저하와 낙상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정 병원장은 “노년층은 골절 자체보다 골절 이후 움직이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근감소와 기능 저하가 더 큰 문제”라며 “수술 직후부터 환자 상태에 맞는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보행 능력을 회복하고 재골절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고관절 골절이나 척추 압박 골절 환자는 수술과 재활이 따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며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가 협력해 치료 초기부터 회복 계획을 세우는 것이 노년기 삶의 질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년기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낙상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집 안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욕실 손잡이를 보강하는 등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근력 운동과 균형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면 낙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정 병원장은 “골절은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골다공증 관리와 낙상 예방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며 “특히 한 번 골절을 경험한 환자는 재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년기 골절은 단순히 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아니다. 한 번의 낙상이 독립적인 생활 능력을 무너뜨리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골절 예방과 조기 치료, 그리고 체계적인 재활은 건강한 노년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구재회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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