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소아 10명 중 4명, 사는 지역 떠나 진료…지역 의료격차 심각
중증 소아 입원 자체충족률 59.7%에 그쳐…60개 중진료권 중 43곳은 50% 미만
진료권 넓혀도 32.1%는 다른 권역으로 이동…“전문인력·병상·이송체계 함께 갖춰야”

중증 소아 환자 10명 가운데 4명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진료권을 벗어나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중증 소아 환자의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돼 지역 간 소아의료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전국 60개 중진료권의 소아 입원 자체충족률은 평균 79.0%로 집계됐다.
자체충족률은 환자가 거주하는 진료권 안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을 뜻한다. 즉 자체충족률이 낮을수록 지역 안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환자가 많다는 의미다.
전체 소아 입원에서는 79.0%가 거주 중진료권 안에서 이뤄졌지만, 중증도에 따라 차이가 컸다. 경증 소아 입원의 자체충족률은 80.5%였던 반면 중증 소아는 59.7%에 머물렀다.
실제 2023년 중증 소아 입원 11만8742건 가운데 4만7876건은 환자가 거주하는 중진료권 밖에서 이뤄졌다. 중증 소아 입원의 약 40.3%가 지역 밖에서 이뤄진 셈이다.
지역에 따라 격차 더 커…중증 소아 자체충족률 10% 미만도 16곳
문제는 평균 수치보다 지역별 격차가 더욱 크다는 점이다.
전체 60개 중진료권 가운데 중증 소아 입원 자체충족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43곳으로, 전체의 71.7%에 달했다. 중증 소아 환자의 절반 이상을 지역 안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진료권이 10곳 중 7곳 이상이라는 의미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충족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논산은 0.3%로 가장 낮았으며 해남 0.6%, 김천 1.0%, 속초·고성 1.1%, 문경·이천 1.4% 등이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중증 소아 입원의 대부분이 거주 지역 밖에서 이뤄졌다.
중증 소아 진료는 일반적인 소아 진료보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상과 전문의, 간호인력은 물론 검사·수술 등 필요한 의료기능을 갖춘 병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중진료권에서 중증 소아 진료를 완결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진료권의 범위를 더 넓혀도 지역 간 의료 격차는 해소되지 않았다.
전문인력과 시설을 고려해 전국 60개 중진료권보다 넓은 22개 대진료권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중증 소아 입원 자체충족률은 67.9%였다. 중진료권 기준보다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중증 소아 입원의 32.1%는 거주 대진료권 밖에서 이뤄졌다.
22개 대진료권 가운데 자체충족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11곳에 달했다. 안동은 22.2%로 가장 낮았고 강릉 27.9%, 의정부 28.4%, 춘천 28.5%, 안양 30.3% 순이었다.

“병원이 없다”에서 끝나지 않는 소아의료 공백
소아의료의 지역 격차는 단순히 의료기관의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중증 소아를 치료하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뿐 아니라 중환자 치료, 응급의료, 영상검사, 수술 등 여러 진료 기능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여기에 소아 진료를 담당할 전문인력과 간호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결국 지역에 병원이 존재하더라도 중증 소아를 실제로 치료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환자는 더 큰 의료기관을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
최근 실제 사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 7월 평택에서 이상 증세를 보인 32개월 아이가 중증 소아 응급환자를 수용할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충남 천안의 병원으로 이송된 뒤, 다시 서울의 병원으로 전원됐지만 다음 날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아이의 부모가 소아의료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올린 국민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사례는 지역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할 경우 환자의 이동 자체가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증은 생활권에서, 중증은 권역 내에서…의료체계 재정비 필요
김윤 의원은 지역별 소아의료 격차를 단순히 자체충족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소아 인구와 의료 수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필요한 의료기능을 갖추고, 경증 환자는 가까운 생활권에서 진료받도록 하면서 중증 환자는 권역 내에서 신속하게 전문진료로 연결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 중증 소아 진료 수요에 맞춘 전문인력과 병상 확보뿐 아니라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수 있는 이송·전원체계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
김 의원은 “중증소아 진료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병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송·전원체계까지 함께 강화해 지역완결적 소아의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어느 지역에 소아과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가 아플 때 거주 지역에서 어떤 수준의 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지가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치료의 시간이 중요한 중증 소아 환자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환자와 보호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별 의료자원의 차이를 줄이고, 최소한 중증 소아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역별 의료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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