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며 다시 '금연'을 선언하다

겨울철 심혈관 부담 커지는 시기…금연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2-24 11:53

▲ 겨울철 혈관 수축에 흡연까지 더해지면 심장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면서도 공급은 줄어 심혈관 부담이 더욱 커진다.
[사진=셔터스톡]

연말이 되면 몸의 작은 변화들이 유독 또렷하게 느껴진다.


쉽게 가시지 않는 피로감, 계단을 오를 때 전보다 빨리 차는 숨은 평소에는 넘겼던 신호들이다.


흡연자라면 이런 순간마다 ‘담배 영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된다.

겨울과 흡연, 심장에 이중 부담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전신혈관저항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혈압이 오르고, 심장은 더 큰 압력에 맞서 일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심근이 필요로 하는 산소량도 늘어난다.

여기에 흡연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니코틴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과 심박수를 높이고 심근수축력을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심장은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지만, 흡연으로 인한 혈관 수축과 일산화탄소 생성은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

특히 심부전 환자의 경우 이런 불균형은 심근 허혈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흡연으로 생성된 일산화탄소는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까지 떨어뜨려 심장 부담을 가중시킨다.

금연 후, 몸은 생각보다 빨리 반응한다


금연의 효과는 오래 기다려야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를 끊은 지 20분 정도만 지나도 혈압과 맥박이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한다.


하루가 지나면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면서 심장이 받는 부담이 줄어든다.

48시간 이내에는 후각과 미각이 개선돼 음식 맛이 살아나고, 이후 몇 달에 걸쳐 혈액순환과 폐 기능이 회복되면서 숨이 덜 차는 변화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약 9개월이 지나면 아침마다 반복되던 기침이 줄어드는 것도 흔한 변화다.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암 위험까지 낮춘다


금연을 1년 이상 유지하면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흡연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뇌졸중과 폐암을 포함한 각종 암의 위험도 점차 감소한다.


흡연 기간이 길었거나 나이가 많아도 금연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금연은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시작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많은 흡연자들은 금연을 혼자 참고 견뎌야 하는 일로 여긴다.


그러나 니코틴 의존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의 보상체계와 관련된 중독이다. 불안, 초조,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이규배 교수는 “금연 실패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어 “금연클리닉에서는 흡연 기간과 흡연량,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한 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해 금단 증상과 흡연 유발 요인을 함께 조절한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금연 후 체중 증가나 스트레스를 걱정하는 분들도 많지만, 금연으로 얻는 건강상의 이득은 체중 변화와 무관하게 유지된다”며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더라도 전문 의료진과 함께라면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말은 지나온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새 출발을 준비하기에 좋은 시기다. 담배를 끊기로 마음먹었다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금연은 새해 건강을 위한 가장 확실한 선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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