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 호흡기내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초기 신호 놓치지 말아야

진료실에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를 만나면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냥 감기인 줄 알았다”, “가래와 기침이 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말이다.
실제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은 초기 증상이 가볍고 서서히 진행돼 감기나 노화 현상으로 오인되기 쉽다. 하지만 이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폐 기능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저하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초기에는 가래가 약간 늘거나 가벼운 기침 정도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감기나 독감을 앓은 뒤 증상이 유난히 오래 지속되거나, 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고 누런 가래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는 기도 염증이 심해졌다는 신호로, 질환 악화의 시작일 수 있다. 이런 악화가 한 번만 발생해도 폐 기능은 이전 상태로 회복되지 못한 채 더 낮은 수준으로 고착될 수 있다.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 숨이 차고, 평지를 빠르게 걸어도 쉽게 피로해진다. 많은 환자가 이를 “나이가 들어서”, “운동을 안 해서”라고 여기며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그 결과 진단 시점에는 이미 폐 기능이 정상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상위권에 해당하는 질환으로, 악화가 반복될수록 사망 위험 역시 급격히 증가한다.
이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은 폐포와 기도를 지속적으로 손상시켜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킨다. 하루 몇 개비의 흡연이라도 위험은 증가하며, 흡연 기간이 길수록 손상은 누적된다. 간접흡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미세먼지와 배기가스 같은 대기오염, 용접·금속 가공·탄광·농업 등 분진 노출 환경도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미숙아 출생이나 반복적인 폐렴, 소아 천식 등으로 어린 시절 폐 성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 성인이 돼 발병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진단의 핵심은 폐 기능 검사, 즉 폐활량 검사다. 이 검사는 폐가 공기를 얼마나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지를 측정해 기도 폐쇄 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은 증상이 거의 없다고 느끼지만 검사 결과 폐 기능이 이미 크게 떨어져 있는 경우도 흔하다.
다행히 2026년부터는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가 포함돼, 만 56세와 66세 국민은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흡연력이 있거나 기침·가래·호흡곤란 증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치료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악화 예방과 증상 조절, 그리고 남아 있는 폐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있다. 기관지 확장 흡입제는 치료의 중심으로, 증상 완화뿐 아니라 악화와 입원, 사망률 감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물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정확한 흡입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약물 치료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연이다.
이미 폐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도 금연을 하면 질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여기에 규칙적인 운동, 호흡 재활, 균형 잡힌 영양 관리가 삶의 질 유지에 도움이 된다.
감염 예방도 빼놓을 수 없다. 독감, 폐렴구균, 백일해, RSV,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질환 악화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소보다 숨이 더 차거나 가래 색이 짙어지고 양이 늘며 기침이 급격히 심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활동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다. 숨이 찬 증상을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말고, 작은 변화라도 폐 기능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폐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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