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염에 눈까지 충혈된다면?”…20~40대 위협하는 베체트병

도움말: 정성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직장인 김모(32)씨는 몇 달 전부터 입안에 궤양이 반복적으로 생겨 단순 구내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까지 충혈되고 시야가 흐려져 안과를 찾았고, 정밀검사 끝에 ‘베체트병’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가 시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입안에 염증이 자주 생기고 눈이 충혈되며 시야가 흐려진다면 단순한 피로나 구내염이 아닐 수 있다. 20~40대 젊은 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만성 전신 염증 질환, ‘베체트병’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의료계의 경고다.
몸 여러 부위 동시 침범…진단 쉽지 않아
베체트병은 입안·성기 주변 궤양, 눈의 염증(포도막염), 피부 발진이 대표적 증상이다. 관절이 붓고 아프거나 장에 염증이 생겨 복통·설사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정성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사람마다 양상이 달라 루푸스, 크론병 등과 혼동되기 쉽다”며 “여러 부위에 염증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병 원인은 유전적 요인, 면역체계 이상, 장내 세균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LA-B51’ 유전자를 가진 경우 위험이 높지만, 이 요인만으로 발병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시력 잃거나 장 천공까지…합병증 치명적
우리나라 베체트병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0~15명으로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주로 젊은 성인에게서 발병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증상이 심한 경향을 보인다.
합병증은 치명적일 수 있다. 포도막염이 반복되면 망막혈관염으로 번져 황반이 손상돼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장에 궤양이 생기면 출혈·천공 위험이 있고, 혈관 염증은 혈전을 유발해 폐색전증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드물게는 신경계를 침범해 마비나 경련을 일으킨 사례도 보고됐다.
약물치료·생활 관리 병행 필요
치료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구강궤양 완화제 등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정 교수는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스트레스와 피로를 줄이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며 “눈·장에 증상이 있으면 안과나 소화기내과 협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구강 및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질환 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등으로 장내 환경을 회복시키는 식이 관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체트병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염증 증상이 반복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꾸준한 약물 복용과 생활습관 관리가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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