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 정형외과 부원장, 빙판길 낙상…노인에게는 ‘단순 사고’ 아냐
서현 한양대학교 교육협력병원 센트럴병원 정형외과 부원장

바로 빙판길에서 넘어져 병원을 찾은 고령 환자들이다. 눈이나 얼음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는 겨울 도로 환경은 평소 걷던 길도 순식간에 위험한 공간으로 바꾼다.
특히 인도, 주택가 이면도로, 전통시장 주변처럼 일상적인 보행 공간에서의 낙상이 많다.
문제는 같은 낙상이라도 연령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젊은 층에서는 타박상이나 염좌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노년층에서는 고관절이나 골반 골절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골다공증과 근력 저하가 겹쳐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많은 어르신들이 “조금 아픈 정도”, “움직일 수 있으니 괜찮다”며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다.
겉으로 큰 상처가 없고 초기 통증이 심하지 않다 보니 단순 타박상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골절이 악화되거나, 장기 입원과 재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통계에서도 이러한 위험성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낙상은 고령층 손상 입원의 가장 큰 원인이며, 특히 75세 이상에서는 손상 입원의 대부분이 낙상으로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연령대의 낙상이 장애와 사망 위험까지 높이는 중증 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빙판길 낙상은 왜 더 위험한가
빙판길 낙상은 일반적인 넘어짐과 양상이 다르다.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균형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강한 충격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고, 회전력과 체중 하중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로 인해 엉덩방아를 찧거나 옆으로 쓰러지며 고관절, 골반, 척추, 손목, 두부까지 복합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고관절 골절이나 골반 골절이 발생해도 초기 통증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가 있어 방심하기 쉽다.
그러나 낙상 이후 보행이 달라졌거나, 엉덩이·사타구니·허리 통증이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노인 골절 치료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다시 움직이느냐’
고관절과 골반은 서기, 걷기, 앉기 등 모든 일상 동작의 중심이 되는 구조다.
이 부위에 골절이 발생하면 통증 자체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이 예후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장기간 침상 생활이 이어질 경우 폐렴, 욕창, 혈전증과 같은 합병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과거에는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꺼리고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취·수술·재활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고령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이제는 ‘노인은 수술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기능 회복과 삶의 질을 기준으로 치료 방향을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치료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사고 이전의 기능 수준과 현재 전신 상태다.
사고 전 독립 보행이 가능했던 고령자라면, 골절 형태에 따라 조기에 수술을 시행하고 빠르게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회복에 유리한 경우가 많다.
고관절·골반 골절의 수술 방법은 골절 형태에 따라 내고정술이나 인공관절 치환술 등이 선택된다.
특히 대퇴골 경부 골절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이 통증을 빠르게 줄이고 조기 보행을 가능하게 해 노년층에서 치료 만족도가 높은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기 안정화’가 예후를 바꾼다
노인 낙상 골절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골절 부위를 안정화하고, 재활과 보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수술 후 조기에 재활을 시작한 환자들은 혼자 앉고 일어서는 시점이 빨라지고, 퇴원과 일상 복귀도 앞당겨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회복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독립 생활 가능성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겨울철 빙판길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특히 고령층에게는 한 번의 넘어짐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다.
낙상 후 “괜찮다”는 말만 믿기보다, 작은 변화라도 보인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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