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 본격화…필수의료 ‘저보상 구조’ 손본다

진료량 중심 지불방식에서 성과·네트워크 보상으로 전환
정책수가·특별회계 통해 지역 필수의료 인프라 강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간 약 130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이 정부 주도로 본격 추진된다.

고위험·저보상 구조로 지적돼 온 필수의료 분야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고, 진료량 중심의 기존 지불체계를 성과 중심 구조로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 교육부는 25일 국립대병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역·필수의료 공급체계 혁신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의 핵심을 ‘필수의료 보상 강화’와 ‘지불구조 개편’으로 설정하고, 정책수가 도입과 네트워크 단위 보상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저보상 필수의료에 정책수가 도입…위험도 반영 보상 강화

현재 건강보험 수가체계는 행위별 수가(Fee-for-service)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진료량이 많은 분야에 상대적으로 보상이 집중되고, 응급·외상·분만·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분야는 고위험·저수익 구조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이에 정부는 공공 정책수가를 도입해 중증·고위험 진료, 응급 대응, 24시간 당직 등 필수의료의 특수성을 보상체계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행위 보상이 아니라 의료의 난이도와 책임 수준, 인력 투입 구조까지 고려하는 방식으로 보상 기준을 재설계한다는 설명이다.

진료량 중심에서 ‘성과·협력’ 중심 지불구조로 전환

수가 개편의 또 다른 축은 지불방식의 구조적 개선이다.
정부는 기존의 개별 의료기관 단위 보상에서 벗어나, 거점병원과 지역 병·의원이 연계된 네트워크 단위 진료 성과를 평가·보상하는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환자 중증도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권역책임의료기관, 지역 병·의원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중증환자는 거점병원이 최종 치료를 담당하고, 회복기·만성기 환자는 지역 의료기관이 이어받는 협력 구조를 구축해 ‘지역완결형 의료’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립대병원 투자 확대…중증 치료 역량 보강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의 핵심 거점인 국립대병원과 권역책임의료기관에 대한 재정 투자도 확대한다.
올해 약 2000억원 수준인 시설·장비 투자 규모를 내년에도 지속 확대해 중증·응급 환자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수련 기능까지 포함한 공공의료 거점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역 간 의료격차 완화를 위한 기반 투자 성격도 지닌다.

인력 정책 병행…취약지 의료 접근성 개선

수가 개편과 함께 의료 인력 정책도 병행 추진된다.
정부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 시니어의사 등 즉시 배치 가능한 인력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의사제 도입에 맞춰 장기적인 지역의사 양성 투자도 강화할 계획이다. 의료 인력의 지역 편중 문제를 완화하고 취약지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내년 신설 예정인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통해 안정적인 재원 확보도 추진된다. 이는 단년도 예산에 의존하던 기존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재정 투입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지역격차 해소 위한 구조개편” 정부 의지

정부는 이번 수가체계 개편을 단순한 보상 조정이 아닌 의료공급체계 전반의 구조개혁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건의료정책 당국은 국립대병원의 역할을 지역 의료의 중추, 의학연구, 전공의 수련의 핵심 축으로 재정립하고, 제도 개선과 재정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 당국 역시 지역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라는 세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특별회계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예산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필수의료 기피 현상과 지역 의료 공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책수가의 세부 기준과 실제 현장 적용 방식,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가 제도 안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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