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올 27일 돌봄 대전환…초고령사회 첫 관문
성패는 ‘지역 실행력’…의료·요양·돌봄 연계 체계 시험대

오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전국에서 동시에 시행된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처음 맞는 돌봄 체계의 구조적 전환이다.
병원과 시설 중심이던 돌봄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옮기고, 의료·요양·생활지원을 하나의 축으로 묶겠다는 국가 단위 개편이다.
그동안 돌봄은 제도별로 쪼개져 있었다. 장기요양보험은 장기요양보험대로, 방문의료는 방문의료대로, 지자체 복지서비스는 또 따로 움직였다.
퇴원 이후 돌봄이 끊기는 ‘공백 구간’도 반복됐다. 이번 법 시행은 이 분절 구조를 통합해 “살던 곳에서 돌봄을 이어간다”는 원칙을 제도화한 첫 시도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지역은 준비됐는가.
‘원칙’ 세운 경기도…공론화로 설계
경기도는 도민 공론화를 거쳐 ‘경기도형 통합돌봄’ 3대 기본 원칙을 담은 백서를 발간했다. 지역 간 돌봄 격차 해소, 이용 절차 간소화, 돌봄 공동체 문화 및 돌봄 경제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다.
전문가 토론회와 이해관계자 회의, 도민대표회의를 거쳐 정책 권고문을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단순 행정 계획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도 관계자는 “통합돌봄이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방향을 ‘행정’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광주, ‘5세대 돌봄’ 선언…지역 맞춤형 확장
광주는 통합돌봄 선도도시를 자처하며 한발 앞선 비전을 내놨다. 전국 시행을 앞두고 열린 전국대회에서 광주는 대도시형·중소도시형·농어촌형·도서형 등 4가지 지역 맞춤 모델을 제시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의 모델을 기계적으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게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광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학 지원체계(RISE)와 통합돌봄을 연계해 돌봄 인재 양성과 현장 실습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돌봄을 복지 영역에만 두지 않고, 지역 인재 양성과 연결한 점이 차별화 요소다. 정책 선언을 넘어 실행 설계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경주·성주…‘퇴원 공백’ 메우는 현장 실험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구체적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경주시는 7개 병원과 협약을 체결해 퇴원 환자를 통합돌봄 체계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병원이 퇴원 예정 환자 중 돌봄이 필요한 대상을 지자체 전담부서에 의뢰하면, 맞춤형 지원 계획을 수립해 의료·요양·생활 서비스를 연결하는 구조다.

성주군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필요도가 높은 대상자를 발굴하고 통합지원회의를 통해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현재까지 38명에게 80건의 맞춤형 서비스를 연결했다.
통합돌봄의 핵심은 ‘연계’다. 이 연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안양·대덕구…민관 협력 모델 확산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도 준비는 분주하다.
안양시는 의료·요양·복지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통합지원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분절적 서비스 구조를 통합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전 대덕구는 전국 최초 모델로 운영 중인 ‘돌봄건강학교’를 확대하고 방문의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법을 그대로 이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체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격차도 존재…인력·재정이 변수
모든 지역이 같은 속도로 준비 중인 것은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조례 제정과 전담 조직 구성, 인력 배치에서 속도 차를 보이고 있다. 통합돌봄 대상자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전담 인력 충원은 여전히 과제다.
재택의료센터 운영 역시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는 기관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맞춤형 사업이 가능하려면 충분한 재정 지원과 자율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 설계와 지방 실행이 맞물리지 않으면 제도는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올 27일은 ‘시작점’이다
통합돌봄은 단순한 신규 사업이 아니다. 병원 중심 구조를 지역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전달체계 개편이다. 행정 칸막이를 허물고, 복지·의료·주거 지원을 한 축으로 묶는 정책 실험이다.
27일은 완성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돌봄 체계는 바뀐다. 그러나 제도의 성패는 법 조문이 아니라 현장에서 결정된다.
지역이 준비되어 있는가. 결국 통합돌봄의 미래는 ‘지역 실행력’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