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제가 치매 치료 열쇠?…기존 항암제서 효과 확인

  • 오혜나 기자
  • 발행 2025-07-22 14:50

▲ 암 치료제로 쓰이던 약물이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암 치료제로 쓰이던 기존 약물이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억력 회복은 물론, 뇌의 퇴행성 변화까지 완화한 것으로 확인돼 치매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와 글래스톤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기존 약물 중 알츠하이머병에 효과가 있을 수 있는 후보 물질을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세포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한 뒤, 기존 승인 약물 1,300종과 비교해 그 변화를 되돌릴 수 있는 약물을 선별했다.

그 결과,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레트로졸’과 대장암·폐암 치료에 쓰이는 ‘이리노테칸’이 가장 유망한 약물로 확인됐다. 이들 약물을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에게 투여한 결과, 뇌의 병리적 손상이 줄어들고 기억력이 개선되는 등 눈에 띄는 회복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특징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과 ‘타우 단백질 엉킴’이 감소했으며, 유전자 발현이 정상화되고 독성 단백질도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닌, 병의 근본적 원인을 억제하고 되돌리는 효과에 가까웠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140만 명 이상 노인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이 약물을 다른 질환으로 복용한 사람들의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가상 임상시험과 같은 효과로, 해당 약물의 효능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자료가 됐다.

연구를 이끈 팀은 “알츠하이머병은 다양한 유전자와 단백질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만큼, 단일 약물로는 효과적 치료가 어렵다”며 “이번 연구처럼 환자 유전자 데이터와 의료기록을 기반으로 한 조합 치료가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Cell)’에 ‘Cell-type-directed network-correcting combination therapy for Alzheimer’s disease’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이 약물 조합의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치료법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