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항생제 사용 OECD 2위…“국민 건강에 빨간불”

  • 김지현 기자
  • 발행 2025-10-13 08:16

▲국내 항생제 사용량이 OECD 2위 수준으로, 무분별한 처방이 ‘슈퍼박테리아’ 확산과 국민 건강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이 계속될 경우, 치료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확산으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질병관리청과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인구 1천 명당 하루 31.8 DID(Defined Daily Dose per 1,000 inhabitants per day)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2022년(25.7 DID)보다 크게 증가한 결과다. 당시에도 OECD 평균(18.9 DID)의 1.36배로 상위권이었는데, 1년 새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9년 항생제 내성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10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에 감염될 경우 치료가 어려워지고, 입원 기간이 길어지며 치료비 부담이 증가한다. 심한 경우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이 같은 위기를 막기 위해 질병관리청은 2024년 11월부터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ASP는 병원 내에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배치해 항생제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적정 용량과 기간으로 사용하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범사업 참여 병원의 항생제 관리 수준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참여 병원 전부(100%)가 ‘제한항생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미참여 병원은 절반 수준(56.6%)에 머물렀다.


또한 미생물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더 적절한 항생제로 교체하는 중재 활동도 참여 병원은 59.2%로, 미참여 병원(10% 미만)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만 전문 인력 부족은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가운데 절반 이상(53.6%)이 인력이 없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과정 개발, 표준 지침 마련 등을 통해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은 감염에 취약한 노인과 어린이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며 “ASP가 병원 문화로 정착하고, 중소·요양병원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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