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왜 켰지?”…2030 ‘젊은 건망증’ 경보

디지털 디톡스, 무대·교실·여행으로 번지다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08-11 11:13

▲ 스마트폰 의존이 20~30대의 ‘깜빡거림’을 해마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디지털 치매’로 만들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어떤 걸 검색하려고 했는데… 뭐였지?”, “알람이 꺼지면 그대로 잊어버려요.”


20~30대 사이에서 ‘깜빡거림’은 이제 가벼운 농담이 아니다.


일정·연락처·할 일까지 스마트폰이 대신 기억하는 사이, 우리는 정보를 입력조차 하지 않는 뇌 사용법에 익숙해졌다.


신경과에서는 이를 ‘디지털 치매’라 부르며, 알림·멀티태스킹·정보 과잉이 해마(기억 형성)의 작동 기회를 앗아가는 구조를 문제로 지목한다.

치매와는 다르다, ‘잃어버림’이 아니라 ‘안 넣음’

노화성 치매가 뇌세포의 퇴화로 저장된 기억 자체가 사라지는 병이라면, 디지털 건망증은 처음부터 머릿속에 제대로 담기지 않은 상태다.


수업 내용을 찍어두고 “나중에 보자”던 대학생, 알람을 놓치면 마감일을 잊는 직장인, 이들의 공통점은 ‘까먹은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안 외운 데'에 있다.


▲ 강의·영상·메신저를 동시에 하면 결국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사진=셔터스톡]

기억을 외주화한 생활, 4가지 패턴

-기억 외주화: 전화번호·주소·비밀번호까지 스마트폰이 기억. 앱 오류 한 번에 일상이 멈춘다.
-알림 과부하: 푸시 알림이 집중을 끊어 장기기억 전환이 실패한다.
-멀티태스킹: 강의·영상·메신저를 동시에 켤수록 아무것도 또렷이 남지 않는다.
-정보 과잉: “검색하면 되니까” 복습·암기가 사라지고, 기억의 ‘근육’은 약해진다.

학교·기업·여행지 등 생활 곳곳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집중과 성찰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9일 방송된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 박서진은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휴대폰을 금욕 상자에 넣고 산책에 나섰다. 그는 기기를 멀리해 일상의 몰입을 되찾는 생활을 보여줬다.


또한, KT대구경북광역본부와 대구시교육청은 중학생 100명과 함께 디지털 디톡스 캠프를 열었다. ‘꿈을 찾는 워크숍’으로 재능·흥미를 탐색하고,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지도·스크린 사격으로 집중 훈련을 했다.


‘KT AI 스테이션’에서는 음성인식·생성형 AI를 체험하고 딥페이크·가짜뉴스를 주제로 디지털 윤리·정보판별 교육을 받았다. 부제는 분명했다. “휴대폰 없이도 즐거운 하루.”


아울러 여름 휴가철,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고요와 불편을 즐기는 여행지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감각적 여행 시리즈 ‘요즘여행’의 두 번째 테마로 ‘불편한 여행’을 선정해, 디지털 기기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사색과 성찰을 경험할 수 있는 다섯 곳을 소개했다.

공주 ‘가가책방’,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칠곡), 홍천 ‘행복공장’(독방 체험), 안동 ‘맹개마을’, 불수사도북 종주(서울·경기 북부) 등이다.


오늘 바로 시작하는 디톡스 루틴


우리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디톡스 루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손글씨 메모: 일정·할 일은 다이어리에 ‘자필’로.
-알림 다이어트: 메신저·메일은 모아보기, 확인 시간 하루 2~3회.
-싱글태스킹 타이머: 일처리는 한개씩만 그리고 10분 휴식.
-무(無)스크롤 시간: 기상 후 30분·취침 전 1시간, 식사·대화 중엔 폰 가방 속.
-기억 근육 강화: 전화번호·주소·계좌 중 1개는 암기.
-생활 3대 기둥: 7시간 수면, 주 150분 운동, 주 2회 이상 대면 대화.

자꾸만 '깜박깜박' 병원을 찾아야 할까?

최근 6~12개월 사이 기억·집중 저하가 점진적으로 악화했고, 다른 인지 저하 증상이 동반되면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 필요하다.


스포츠동아 보도에 따르면, H+양지병원 류창환 신경과 전문의는 “깜빡임이 잦아 일·학업 기능에 지장이 생기면 검사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마트폰 대신 손으로 적는 습관, 독서·악기·다이어리·체스·바둑 등 머리를 쓰는 취미가 기억력 향상에 도움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디톡스의 핵심은 휴대폰을 못 보게 하는 게 아니라, 현실 세계에 더 깊이 접속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한 가지 알림 끄기, 손글씨 메모, 30분 산책부터 시작하자. 그 작은 실천이 다시 당신의 해마를 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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