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역습’…뇌도 무너진다

당뇨병은 더이상 혈당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몸 전체, 특히 뇌 건강까지 위협하는 만성 질환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정현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는 단순한 혈당 조절 장애가 아니라, 신경계와 인지기능까지 무너뜨리는 전신 질환”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박 교수가 말하는 ‘당의 역습’에 관한 내용들이다.
뇌가 먼저 무너진다…당뇨와 치매의 은밀한 연결고리
당뇨가 무서운 첫 번째 이유는 뇌가 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체중의 2%밖에 되지 않는 뇌가 전체 포도당의 25%를 소모한다. 하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뇌세포는 당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인지 저하가 진행된다.
게다가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면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도 촉진된다. 박 교수는 “당뇨는 치매 발생 위험을 실제로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당뇨로 향하는 또 하나의 통로는 ‘탄수화물 중독’이다. 반복적인 폭식은 도파민 보상 회로를 망가뜨리고, 뇌는 점점 단순한 탄수화물에 집착하게 된다. 이는 코카인 중독과 유사한 뇌 회로의 변형을 초래하며, 결국 뇌도 병들게 만든다.
인슐린 저항성과 내장비만…당뇨를 부르는 ‘두 축’
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남은 에너지는 내장지방으로 축적되고, 이는 염증물질을 분비해 췌장의 인슐린 생산 세포(베타세포)를 파괴한다. 박 교수는 “한번 죽은 베타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며, 초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슐린 저항성은 마치 닫힌 문을 밀어도 안 열리는 상태입니다. 호르몬이 제 역할을 못하니, 몸은 에너지를 제대로 못 쓰게 되는 거죠.”
식품 라벨의 ‘당류 %’에 속지 마라
또한 많은 사람이 식품 포장 뒷면에 적힌 당류 비율(%)을 확인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숨어 있다.
우리나라의 1일 당류 기준은 총 100g인데, 이는 첨가당과 천연당을 구분하지 않은 수치다. 반면 미국이나 WHO 등은 가공식품의 ‘첨가당’ 기준만을 권장하며, 하루 25~50g 이하를 권고한다.

▲당이 숨어 있는 ‘의외의 식품들’
단맛이 강하지 않더라도 의외로 당이 많은 식품들이 있다.
-감·곶감·말린 대추: 과당 함량이 매우 높고, 말릴수록 당이 농축됨. 곶감 2~3개만 먹어도 밥 한 공기 이상 열량. -김밥·초밥: 설탕 섞인 단촛물과 흰쌀밥 조합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킴. -즉석카레: 강황 외에 밀가루, 전분, 팜유가 들어가 당지수와 지방 함량 모두 높음. -과일주스·스무디: 섬유질은 사라지고 설탕만 남아, 혈당 스파이크 유발. -케첩·허니머스터드 소스: 100g당 당류가 콜라보다 높은 경우 다수. |
혈당 스파이크, 조용한 세포 살인자
당류 중에서도 설탕 등 단당류는 섭취 후 혈액에 빠르게 흡수되어 급격한 혈당 상승을 일으킨다. 이를 ‘혈당 스파이크’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고혈당보다 세포에 훨씬 더 큰 독성을 가진다.
박 교수는 “지속적인 고혈당은 몸이 적응하지만, 스파이크는 신체가 방어할 틈도 없이 세포를 손상시킨다”고 경고한다.
과일은 ‘후식’이 아니라 ‘간식’으로…올바른 섭취법
과일은 좋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섭취는 오히려 혈당에 치명적이다. 박 교수는 “과일은 정해진 양만큼만, 반드시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일 섭취 안전 가이드 (1회 기준)
-단감: ½개 -딸기: 7~10개 -포도: 10~19알 -사과: ⅓쪽 -수박: 슬라이스 1~2조각 |
과일을 주스로 갈아 마시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섬유질은 대부분 사라지고, 당분만 농축되기 때문이다.
▲당 줄이기 위한 생활 전략
-영양정보 확인 습관화: 당류 비율이 아닌 ‘당류 총량(g)’과 원재료 확인 -후식 대신 간식 시간에 과일 섭취 -흰 쌀, 가루 음식, 소스류, 주스류 최소화 -하루 허리둘레 체크: 체중보다 내장비만이 더 중요 -탄수화물 줄이기 + 근육 유지 운동 병행 |
당은 몸을 살찌우고, 뇌를 무디게 하며, 혈관을 조용히 망가뜨린다. 달콤함을 멀리할수록, 더 오래 또렷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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