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영양’ 비상등… 학교 우유급식 제도 개선 시급

정부 “연말까지 개선안 마련”… 낙농업계·학부모단체 “학생 건강권 우선해야”
  • 강주은 기자
  • 발행 2025-09-08 15:17

▲ 학교 우유급식률 급감으로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학교 우유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관련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불만과 낙농업계·학부모단체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학교 우유급식률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떨어졌다. 학교우유급식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우유급식률은 2019년 50.3%에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직후 29.2%로 반 토막 났다. 이후 2023년에도 33.9%에 그치며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불과 4년 만에 16.4%포인트나 줄어든 셈이다.

“학생 건강 지탱하는 필수 제도”

지난 8월 2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비례대표)과 송옥주 의원(경기 화성갑) 주최로 열린 ‘학교 우유 지원체계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위기 상황이 집중 논의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영양(교)사들은 우유 배식·재고 관리·반품 처리 등 과중한 행정 부담을 호소했다. 반면 낙농업계는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통합해 보편적 복지로 접근해야 한다”며 “학생 건강권이 교사의 편의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2023년 우유급식률이 96.1%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세 배 가까운 수치다.

한지태 한국낙농육우협회 상무는 “성장기에 우유 섭취가 부족하면 ‘체격은 크나 체력은 약한’ 청소년이 될 수 있다”며 “일본처럼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급식과 우유급식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단체 “모든 아이에게 공평한 혜택을”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김미성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집밥 대신 간편식, 배달 음식,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단백질과 칼슘은 부족하고 당분과 나트륨은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이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유에는 성장기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고르게 들어 있어 뼈와 치아 건강, 근육 발달,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며 “맞벌이나 경제적 사정으로 아침마다 챙겨주기 힘든 가정의 아이들에게 우유급식은 최소한의 영양을 보장하는 안전망 같은 제도”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공동대표는 “현재 흰 우유만 제공돼 기호에 맞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며 “요거트나 발효유 등 선택권을 넓혀야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양화·제도 보완 목소리 커져

낙농업계도 품목 다양화 필요성에 공감한다. 오경환 한국유가공협회 전무는 “우유급식은 소비 확대뿐 아니라 국가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청소년이 선호하는 발효유, 가공유, 치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명길 서울우유협동조합 급식전략팀장은 “유당불내증이나 비만 우려가 있는 학생을 위해 저지방 우유, 유당 분해 우유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서울시·전남도처럼 관련 조례를 통해 우유를 학교급식에 포함하면 건강 증진, 낙농산업 안정화, 저소득층 낙인 방지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다. 송창수 강원특별자치도청 농정국 축산과 팀장은 “학교급식에 우유를 포함하면 무상급식 대상자의 신분 노출 문제와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 “연내 개선책 마련”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학교 우유급식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학교와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 현장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학생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개선책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선안이 단순히 행정 부담 완화 차원을 넘어, 청소년 영양 불균형 해소와 건강권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유급식이 성장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평생 건강 습관 형성’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제도의 후퇴는 곧 국가적 손실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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