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급증…“예방 접종했는데 왜 걸릴까?”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1-17 11:21

▲ 백신은 감염을 완전히 막지 못해, 연령 차이와 유행 바이러스 불일치에 따라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독감에 왜 걸릴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주 만에 독감 의심 환자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2024~2025년 독감 백신 효과 분석 결과도 함께 주목받는다.

한 주 만에 두 배 증가…“2016년 이후 최악 가능성”

한국 질병관리청(KDCA)에 따르면 11월 2일부터 9일까지 300개 지정 의료기관 외래환자 1,000명당 50.7명이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122.4% 증가한 수치이며, 최근 4주간 ‘7.9→13.6→22.8→50명대’로 매주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만 18세 이하 청소년·아동층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나이별로 ▲7~12세: 68.4 → 138.1 ▲1~6세: 40.6 → 82.1 ▲13~18세: 34.4 → 75.6로 급증했고, 입원 사례도 같은 기간 174명 → 356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이 같은 상승세로 국내 독감 경보 수준은 ‘중간’에서 ‘높음’(High) 단계로 격상됐다.

독감 유행 시기도 예년보다 빠르다. 지난해 유행 정점은 1월이었지만 올해는 11월 초 이미 유행 기준의 다섯 배를 넘겼다. 같은 시기 비교하면 전년 대비 12배 이상 높은 감염률이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올겨울 독감이 2016년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신 맞아도 걸리는 이유…“감염 차단 효과 한계”

백신 접종 후 감염이 증가하는 현상은 최근 발표된 국내 백신 효과 중간 분석(MDPI Vaccines, 2024)에서도 설명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독감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100%가 아니며, 연령·유행주 불일치 등에 따라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① 면역 형성까지 ‘2주 필요’
접종 직후 14일은 체내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감염을 막기 어렵다.

② 실제 유행 바이러스와 백신 구성의 차이
매년 변이가 큰 독감 바이러스 특성상, 백신이 예측한 유행주와 실제 유행주가 달라지는 경우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③ 감염은 되더라도 ‘중증화는 감소’
이번 연구는 백신의 핵심 역할이 ‘감염 자체를 막는 것’보다 ‘입원·폐렴 등 중증 악화 위험을 줄이는 것’임을 강조한다. 실제 국내 자료에서도 중증도 지표(입원율)는 백신 접종자에서 낮게 나타났다.

“지금 접종해도 늦지 않아…2~4주 후 항체 형성”

KDCA는 확산세가 가팔라지는 만큼 고위험군은 빠르게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무료 접종 대상은 ▲만 65세 이상 ▲임신부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이며, 고령층은 독감·코로나19 동시 접종도 가능하다.

박윤선 교수는 “지금 접종해도 늦지 않다. 항체가 생기기까지 2~4주가 걸리므로 지금 맞으면 겨울철 확산기에 보호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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