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종양혈액내과 교수, 혈액암 치료 핵심은 '조혈모세포이식'
순천향대 부천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세형 교수

(헬스케어저널=순천향대 부천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세형 교수) 이유 없이 심한 피로감이 이어지거나 발열, 잦은 감염, 멍이나 코피 같은 출혈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컨디션 저하로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이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고 빠르게 악화된다면 급성백혈병과 같은 혈액질환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급성백혈병은 짧은 시간 안에 정상 혈액세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진행되는 질환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혈액암 치료는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며 치료 성적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조혈모세포이식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치료법으로 꼽힌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다.
주로 골수에 존재하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지속적으로 생성한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고, 백혈구는 감염을 막으며, 혈소판은 출혈을 멈추는 역할을 한다. 조혈모세포는 이러한 혈액세포를 평생 만들어내며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크게 자가 이식과 동종 이식으로 나뉜다.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은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미리 채취해 보관한 뒤 고용량 항암치료 후 다시 주입하는 방법이다. 다발성 골수종이나 일부 림프종 환자에서 많이 시행되며, 타인의 세포를 사용하지 않아 이식편대숙주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은 건강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 몸속에 남아 있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이식편대백혈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정상 조직까지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병 위험이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단순히 세포를 주입하는 치료가 아니다. 이식 전 환자의 전신 상태와 장기 기능, 질환의 진행 정도, 공여자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이식 이후에도 장기간의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이식 과정은 이식 전 평가와 준비, 조혈모세포 채집, 전처치, 조혈모세포 주입, 생착 관리, 장기 추적 관찰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전처치 단계에서는 고용량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고 면역 기능을 억제해 이식된 세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다.
이식 후에는 조혈모세포가 골수에 자리 잡아 새로운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생착’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식 후 2~4주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기간에는 면역 기능이 크게 떨어져 감염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균 치료 환경과 철저한 감염 관리가 필수적이다.
회복 기간은 환자의 상태와 이식 종류, 합병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입원은 보통 4~8주 정도 필요하며, 면역 기능이 충분히 회복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완전한 면역 회복까지 2년 이상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의료 기술 발전으로 고령 환자의 이식 가능성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60세 이상이면 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저강도 전처치 이식법 등이 도입되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70세 전후에서도 이식이 시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조혈모세포이식은 고난도 치료인 만큼 병원의 경험과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무균 병실 운영 체계, 감염 관리 시스템, 중환자 대응 역량, 다학제 협진 체계 등을 충분히 갖춘 의료기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일치 이식이나 재이식, 고위험 환자 이식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항암치료 후 완전 관해에 도달했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치료 반응이 좋지 않거나 재발한 혈액암 환자, 수혈 의존성이 심한 재생불량빈혈 환자 등은 조혈모세포이식 가능성을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결코 쉬운 치료가 아니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시행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 전략이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와 다양한 신약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전보다 치료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포기하기보다, 전문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향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프로필] 김세형 교수
김세형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로, 악성림프종과 다발골수종, 백혈병, 조혈모세포이식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두경부암을 비롯한 다양한 혈액·종양 질환 치료에도 참여하며 혈액암 분야에서 꾸준한 진료와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교수는 2000년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에서 수련의와 전공의 과정을 거쳤다. 이후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전임의를 지내며 혈액질환 및 조혈모세포이식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고, 2009년부터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종양혈액내과에서 본격적인 진료와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종양혈액내과 조교수로 임용됐으며, 2015년부터 2024년 2월까지 부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2024년 3월부터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 교수는 대한내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혈액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대한임상암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지혈혈전학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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