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통증과 딸깍거림 증상을 유발하는 방아쇠 수지는 어떤 질환일까

도움말 : 원정훈 이춘택병원 제11정형외과장
  • 이효정 기자
  • 발행 2023-09-20 09:47

▲ 원정훈 이춘택병원 제11정형외과장


모(여· 51)씨는 몇주 전부터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딸깍거리면서 아프기 시작했다. 손을 많이 쓰는 일을 하는 관계로 ‘무리가 됐다 생각하고 쉬면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다렸는데 낫지 않아 걱정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찰 후 방아쇠 수지 진단을 받았으며 약 처방과 함께 손 사용을

줄이고 온찜질을 수시로 할 것을 권유받았다. 이후 통증은 다소 완화됐지만 딸깍거리는 증상이 지속돼 다시 내원했고 손에 주사치료를 받고 난 후 딸깍거림이 줄어들었다.

손가락 통증과 딸깍거림 증상을 유발하는 방아쇠 수지는 어떤 질환일까.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 특히 엄지손가락을 구부렸다 펼 때 잘 펴지지 않으면서 더 힘을 주면 뚝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펴지는데 이때 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 일정 이상의 힘을 줘야 방아쇠가 당겨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서 방아쇠 수지란 이름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손가락 중간 마디가 펴지지 않아 손가락 마디에 관절염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수지굴곡건)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 같은 구조(건막)에 염증이 생겨 붓고 두꺼워지게 되어 힘줄(건)이 건막을 쉽게 통과하지 못해 발생한다.

초기에는 가볍게 뚝뚝하며 손가락을 펼 수 있는데 심해지면 쉽게 펴지지 않고 힘이 많이 들어가며 그만큼 통증도 더해진다. 또 장시간 지속하면 손가락 중간 마디가 두꺼워지며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고 조금 구부러진 모양으로 바뀌는 관절 강직이 발생하여 일상생활의 지장을 초래한다.

방아쇠수지는 45세 이상의 중년,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서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당뇨,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는 경우 비교적 발생 가능성이 높고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업이나 골프와 같이 손가락에 많은 힘을 주는 운동과도 일부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아주 어린 유아나 소아에서도 선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여러 손가락 중 첫째, 셋째, 넷째 손가락 순서로 발생 빈도가 높다.

치료 방법은 통증과 증상의 정도, 유병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증세가 가벼운 경우 최대한 손가락 사용을 줄이도록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밤에만 손가락 부목(깁스)을 착용해 염증이 생긴 힘줄(건)이 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또 손가락을 펼 때 뚝 하며 아파져 잘 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통증이 심하지 않을 때는 부드럽게 천천히 손가락을 쭉 펴서 힘줄(건)을 늘려주고 관절이 굳지 않도록 스트레칭 할 수 있다. 온찜질, 가벼운 마사지나 물리치료, 소염진통제 같은 약물치료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보존적 치료만으로 효과가 약하거나 딸깍거릴 때 통증이 심한 경우 국소 주사나 수술적 치료까지 고려해야 한다. 국소 주사는 소위 뼈주사라고 불리는 스테로이드 등을 힘줄막 안이나 주위에 투여하는 방법으로 간단하면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처음에는 효과가 있더라도 수개월 또는 수년 뒤에 재발하기도 한다. 주사 후에도 재발하거나 처음부터 통증이 심하고 손가락 펴기가 무척 힘들며 관절 구축이 이미 진행된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손가락 힘줄을 조이고 있는 두꺼워진 건막을 터주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지만 엄연한 수술 행위이므로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에서 비교적 흔하게 생기는 질환이지만 막상 생기면 당황하거나 걱정하기 쉽다. 그러나 발병하더라도 해결 방법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 있을 경우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상담받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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