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약물 국내 도입 추진…내년 1분기 목표, 9주 이내 사용

정부,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 직접 처방·조제 원칙
약물의 작용과 안전관리 체계 마련이 관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정식 도입을 추진한다. 임신 9주 이내를 대상으로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관련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2027년 1분기 안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는 16일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현대약품이 영국 라인파마 인터내셔널의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를 신청해 식약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안전성·유효성·품질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프진으로 알려진 약물…두 성분을 이용해 임신을 중지

이번에 도입이 추진되는 약물은 흔히 ‘미프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이다. 국내에서 허가 신청된 ‘미프지미소정’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두 성분을 사용하는 복합제다.

두 약물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한다. 이후 미소프로스톨을 사용하면 자궁을 수축시키면서 임신 조직의 배출을 돕는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임신 초기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에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즉, 약 한 알을 먹으면 즉시 임신이 종료되는 방식이라기보다 임신을 유지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한 뒤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임신 조직을 배출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국내에서는 임신 9주 이내를 대상으로 허가 심사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국내 도입 기준은 임신 9주 이내다. 식약처는 임신 63일 이내에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을 전제로 허가·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국내 사용 범위와 복용 방법은 최종 허가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허가 신청된 미프지미소는 해외 임상시험 등을 통해 임신 초기의 약물적 임신중지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현대약품은 2021년 처음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한 이후 자료 보완 등을 거쳤으며, 2024년 12월 다시 허가를 신청해 현재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시점은 2027년 1분기다. 다만 이는 목표 시점으로, 실제 의약품이 국내에서 판매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허가와 수입·유통을 위한 후속 절차 등이 남아 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 역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임신중지약물 '미프지미소정'.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통 성분으로 구성된 콤비팩 / 사진=구글이미지]

왜 병원에서 관리하나…약물 자체보다 ‘적절한 대상인지’ 확인 중요

임신중지 약물은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을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약물을 사용하기 전에는 임신 주 수와 임신 위치를 확인하고, 약물 사용이 적절한 상태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자궁 밖에 임신이 발생하는 자궁외임신은 임신중지 약물로 치료할 수 없다. 자궁외임신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난관 파열과 복강 내 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도 자궁외임신이 의심되거나 확인된 경우 약물적 임신중지를 시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신중지 약물의 안전성은 단순히 약 자체의 부작용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적절한 임신 주수인지, 자궁 안에 임신이 위치하고 있는지, 약물을 사용해도 되는 건강 상태인지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응급의료체계와 연결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복통·출혈은 나타날 수 있어…심한 증상은 의료진에게 알려야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 과정에서는 자궁 수축과 임신 조직 배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복통이나 경련, 질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두통, 어지럼증 등이 동반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출혈과 통증은 약물의 작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지만, 증상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심한 복통이나 허리 통증이 지속되거나, 많은 양의 출혈, 고열과 오한, 실신 등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에 즉시 알려야 한다. ACOG는 시간당 대형 생리대 2장을 적시는 출혈이 2시간 연속 이어지는 경우, 심한 통증이나 실신 등이 나타나는 경우 의료진에게 연락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초기 2년은 의료기관 내 직접 처방·조제

정부는 약물이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처음부터 일반적인 의약품처럼 폭넓게 유통하지 않고 초기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후 실제 사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안전성 등을 살펴본 뒤 관리 방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신중지와 관련된 의료체계와 법적 기준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물만 먼저 도입할 경우 의료진의 처방 기준과 응급상황 대응 등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여성계에서는 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신속한 허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 도입 앞두고 남은 과제는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도입은 단순히 새로운 의약품 하나가 추가되는 문제와는 다르다. 약물의 허가뿐 아니라 처방 기준, 임신 주수 확인, 자궁외임신 감별, 부작용 관리, 응급상황 발생 시 의료기관 연계, 건강보험 적용 여부, 청소년의 처방 기준 등 여러 문제가 함께 정해져야 한다.

정부는 우선 임신 9주 이내를 대상으로 약물 도입을 추진하고, 초기 2년간 의료기관 중심의 관리체계를 운영하면서 안전성과 부작용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여부 등 세부적인 사항은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개정한 임신중지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임신중지의 안전성은 임신 기간에 적합한 방법을 사용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여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중요한 것은 약물의 도입 자체뿐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의료적 확인을 거쳐 사용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의료체계가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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