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낮은 췌장암 치료 백신 개발 성공
암 예방 백신 연구에 한 획
맞춤형 백신 제조에 4주 이내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망 원인이기도 했던 췌장암은 암 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다. 실제로도 5년 상대 생존율이 13.9%에 그친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자각이 쉽지가 않다. 다만 황달, 체중감소와 등에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췌장암을 발견하는 것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아 '췌장낭종' 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을 때 췌장암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치료나 예방법이 없다.
이렇게 암의 징후를 나타내지도 않고 치명률과 재발률이 매우 높은 췌장암의 재발률을 절반 정도 줄이는 mRNA 백신 치료법이 개발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된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예방 백신 연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5년 동안 연구를 진행해온 미 뉴욕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과학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한 환자 절반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나 췌장암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구자들은 환자의 암에서 추출한 세포를 독일의 mRNA 백신 개발 기업 바이오앤테크사로 보내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 유전자 구성을 분석했다. 바이오앤테크사는 화이자사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회사다.
바이오앤테크사는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면역체계가 암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개인 맞춤형 mRNA 백신을 만들었다. 환자의 세포가 암세포 단백질과 동일한 단백질을 생성하게 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일으켜 암세포가 발생했을 때 공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연구는 적은 수인 1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모두 백인이다. 일부는 화학요법 등 다른 암치료를 병행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백신 이외에 암치료에 기여한 다른 요인들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의 췌장암 전문가 아니르반 마이트라 박사는 “최초의 주목할 만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췌장암 전문가 니하 자이디 박사는 “백신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관건”이라면서 비용 때문에 모든 환자들이 이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지적했다.
NYT는 다만 개인 맞춤형 백신을 암제거 수술 9주 뒤 빠르게 접종할 수 있게 된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고 전했다.
바이오앤테크사는 맞춤형 백신 제조에 걸리는 시간을 6주 이내로 줄였으며 4주 이내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10년 전 최초 백신 제조비가 35만 달러(약 4억6000만 원)이었으나 지금은 자동화를 통해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으로 낮췄다.
모더나와 머크사가 지난달 흑색종 피부암 치료용 개인 맞춤형 mRNA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나 흑색종보다 유전자 변이 발생이 적은 췌장암의 경우 개발이 훨씬 어렵다.
백신이 효과를 보이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평균 약 13개월 뒤 췌장암이 재발했다. 그러나 효과를 보인 환자들은 18개월 동안 재발 징후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백신 면역반응을 보인 환자 가운데 1명은 간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가 사라졌다. 백신 다른 암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수십 년 전부터 연구가 진행돼온 암세포의 특정 변이 유전자에 맞춘 개인 맞춤형 백신은 유력한 새 암치료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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