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성 안면홍조 '술톤',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술톤' 무시하고 음주했다가 지방간 및 다양한 심혈관 질환 위험↑
  • 박은서 기자
  • 발행 2024-04-22 17:3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유독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보통 '술톤'이라고 불리는 알코올성 안면홍조 증상이다. 이러한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심한 사람은 지방간과 다양한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 음주 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 섭취 시 쉽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몸속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해 생기는 현상이다. 알코올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로 바뀌게 되는데, 이를 분해하기 위해서는 알데하이드 분해 효소가 필요하다. 이때 효소가 부족하면 독성물질 배출을 위해 혈액순환이 촉진되는데, 이때 모세혈관이 다른 곳보다 많이 분포된 얼굴이 유독 빨개지는 것이다. 특히 유전학적으로 서양인보다 한국·중국·일본인이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람들은 알코올 대사 효소가 부족해 소량의 음주만으로도 체내 독성물질이 빨리 증가하기 때문에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가정의학과 오시내 교수 연구팀이 2019~2021년 질병관리청에서 진행한 국민 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 5134명을 분석한 결과에서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붉어지는 '알코올성 안면홍조' 증상이 있으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 질환(MASLD)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없는 음주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MASLD 위험이 1.9배 높은 것으로 나온 반면,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있는 음주자의 지방간 질환 위험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2.35배에 달했다.

또한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심한 사람은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혈중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증가할수록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양대 응급의학교실 강보승·신선희 교수의 연구팀이 2019∼2021년 전국 19세 이상 성인 2만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 건강영양조사 데이터에서 35세 이상 남성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1.34배 높았다. 심지어 여기에 담배까지 피우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2.6배에 달했다.

음주 중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얼굴이 하얘지기도 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술이 깬 상태로 오해하고 음주를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이는 알코올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몸이 알코올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이는 결국 이미 과음을 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음주를 멈추고 수분을 최대한 섭취하여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춰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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