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경 한의사, 일상 속 ‘항암 식품’이라는 말의 오해와 진실

암 예방과 재발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단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암 세포가 싫어하는 음식’, ‘암을 굶기는 식단’ 같은 표현이 대중적으로 회자되지만, 이러한 문구에는 조심스럽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정 식품이 암을 직접 치료하거나 암 세포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다만 항산화 작용과 면역 기능 유지에 기여하는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식재료로는 사과와 당근, 브로콜리 같은 채소·과일류, 그리고 마늘과 생강, 고구마, 귀리 등이 있다. 이들 식품은 ‘항암 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보다는,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는 기본 재료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사과에는 폴리페놀을 비롯한 항산화 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는 세포 손상 억제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돼 왔다. 당근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품으로,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면역 기능 유지에 관여한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등 십자화과 채소에는 설포라판과 같은 생리활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해독 효소 활성과 항산화 작용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독 주스가 체내 독소를 직접 배출한다’는 식의 표현은 과학적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인체의 해독 기능은 간과 신장이 담당하며, 주스는 어디까지나 균형 잡힌 식단의 한 요소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늘과 생강 역시 오랫동안 연구돼 온 식재료다. 마늘에 함유된 알리신은 항산화 및 항염 작용과 관련된 기초 연구들이 축적돼 있다.
생강의 진저롤과 쇼가올 성분은 염증 반응 조절과 구역감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실제로 항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심을 완화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 완화를 돕는 보조적 의미에 가깝다.
고구마는 베타카로틴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운동을 돕고 항산화 기능을 지원한다. 일부 품종은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귀리에 포함된 베타글루칸은 면역 세포 활성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돼 왔으며,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로 심혈관 건강 관리 측면에서도 주목받는다.
특히 암 치료 이후 체력 저하나 체중 감소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소화 부담이 적으면서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 선택이 중요하다. 귀리와 고구마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특정 식품을 ‘최고의 항암 식품’으로 단정하는 태도의 위험성이다. 암은 유전적 요인, 환경 요인,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식품 하나로 암 세포를 ‘굶긴다’는 개념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결국 핵심은 개별 식품이 아니라 전체적인 식습관에 있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기본으로 하되, 적절한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가공식품과 과도한 당류·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암 치료 중이거나 치료 이후 관리 단계에 있다면, 유행하는 식단이나 특정 식품에 의존하기보다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개인 상태에 맞는 영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을 지키는 식사는 ‘기적의 음식’이 아니라, 꾸준한 선택의 결과다.

[프로필] 여태경 한의사
오쿨리한방병원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한방 진료 현장에서 임상 경험을 쌓아왔다. 이전에는 소람한방병원에서 진료원장으로 근무했고, 용한한의원에서는 대표원장을 맡아 진료와 병원 운영을 총괄했다.
학술 및 전문 활동으로는 한독생의학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한의사협회 회원이자 대한암한의학회 소속으로 암 한의학 분야에 대한 연구와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여여 대표로서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 전반에 걸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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