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우리 아이 면역력 생활습관이 좌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왜 우리 아이는 이렇게 자주 아플까?” 감기, 장염, 발열이 반복되면 보호자는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떠올린다.
혹시 우리 아이만 유독 약한 건 아닐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지 불안이 커진다. 하지만 아이의 면역은 태어날 때 이미 완성된 능력이 아니라, 성장 과정 속에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시스템에 가깝다.
많은 부모들이 놓치기 쉬운 사실은, 자주 아프다고 해서 곧바로 면역력이 약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는 성인과 달리 외부 바이러스와 세균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과정에 있다.
이 시기에는 감기에 여러 차례 걸리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기보다, 면역 체계가 학습하는 과정에 가깝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처럼 집단생활을 시작하면 감염 빈도는 더 늘 수밖에 없다.
중요한 기준은 ‘얼마나 자주 아프냐’가 아니라 ‘어떻게 회복하느냐’다. 일반적인 감기나 장염은 일정 기간 내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침이나 콧물 같은 증상이 다소 길어질 수는 있어도 전반적인 컨디션과 성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회복이 유난히 느리거나, 감기 이후 폐렴·중이염 같은 합병증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단순한 감염을 넘어 면역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보호자가 일상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신호는 비교적 분명하다. 감기 하나에도 회복까지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경우, 입원이 필요한 감염이 반복되는 경우,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더디거나 식욕 저하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는 의료진 상담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런 신호 없이 단지 “자주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면역 저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 면역 관리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부분은, 특별한 해결책에 대한 집착이다. 면역력을 키운다는 이름의 각종 영양제나 보조식품보다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생활 리듬이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야외 활동, 손 씻기 같은 기본적인 습관이 면역 균형을 유지하는 데 훨씬 큰 역할을 한다. 아이의 면역은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성적표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차곡차곡 쌓이는 체력에 가깝다.
부모에게 필요한 태도는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급함이 아니라, 아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는 여유다. 대부분의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번 아프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는 법을 배운다.
다만 반복되는 중증 감염이나 명확한 회복 지연이 보일 때는, 혼자 고민하기보다 전문 진료를 통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오히려 아이를 지키는 길이다.
아이 면역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생활과 성장 속에서 만들어지는 힘이다. 불필요한 걱정보다 올바른 기준을 갖는 것, 그리고 필요한 순간에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 그 균형이야말로 아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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