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수면시간 살피면 위험신호 보인다"
청소년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손꼽힌다.
자살 자체는 전 연령층의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청소년 자살에 주목하는 건 최근 수십 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0.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4명보다 훨씬 높다.
올해 보건보건복부가 펴낸 자살예방백서에서는 국내 청소년(9∼24세) 자살률이 4년(2017~2020년) 사이에 44%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0대의 자살·자해 시도만 보면 같은 기간 69% 급증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처럼 청소년 자살률이 높아진 데는 우울과 불안 등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불면증과 과수면을 포함하는 수면 문제가 청소년 자살과 연관된 주요 위험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6일 국제기분장애학회(ISAD)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근호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용민 교수 연구팀은 2020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참여한 중·고교생 5만4948명을 분석한 논문에서 수면 문제가 자살 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조사 대상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이 하루 5시간 미만인 경우를 '짧은 수면'으로, 하루 9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를 '긴 수면'으로 각각 정의하고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 확률을 비교했다.
이 결과 짧은 수면이 지속되는 청소년의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 위험은 정상적인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청소년보다 각각 43%, 78%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정상보다 긴 수면 시간도 청소년의 자살 시도 위험을 50% 높이는 요인이었다.
연구팀은 짧은 수면과 긴 수면 그룹에서 모두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로 이들 청소년이 평소 갖고 있던 우울과 불안 증상이 수면 시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안용민 교수는 "우울과 불안 증상은 자살 시도 및 불면 등과 함께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앞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우울 증상이 불면증과 자살을 매개하는 것으로 관찰됐지만, 청소년에게서는 불안 증상도 수면 시간과 자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수면 시간이 너무 길거나 짧은지와 함께 우울 증상 또는 불안 증상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안 교수는 "청소년의 13.6%~23.8%가 짧은 수면시간을, 15.9%는 과수면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런 청소년들에게는 불안 증상이 우울증의 전구증상으로 나타나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적당한 수면시간을 갖도록 하면서 동반된 우울, 불안 증상을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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