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돕는 게 행복해"…대체요법 자원봉사 최이태씨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6-26 15:12

대체요법 자원봉사하는 최이태 씨[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제가 가진 이 재주는 돈을 버는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도 있겠죠. 실제 그런 분들이 많고요. 하지만 저는 그러기 싫더라고요. 작은 지식과 기술이라도 잘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주고, 지식과 기술을 주위에 퍼뜨리고 나눠야 더 가치가 있는 일 아닐까요."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대체요법봉사회 소속 최이태(72) 씨는 다소 생소한 '대체요법 자원봉사'를 한다.

대체요법은 서양 의학에 기반을 둔 표준화된 치료 이외에 환자들이 이용하는 식이요법과 민간요법 등의 방법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최씨 전문 분야는 신체를 자극해 근골격계 통증을 줄여 주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허리, 어깨, 무릎, 목 등이 아파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대부분 있을 터다.

손으로 신체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통증 조절에 능한 전문가들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을 텐데, 최씨가 딱 그런 사람이다.

"근육이 짧아지거나 골격이 어긋나며, 신경과 혈을 눌러 통증이 생길 수 있어요. 도랑에 흙이나 돌이 채이면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듯, 혈액도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죠. 이런 부분을 찾아 바로잡고 자극해서 통증을 줄이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그의 대체요법 봉사는, 역설적으로 그가 겪은 고질적인 통증에서 비롯됐다.


자원봉사하는 최이태 씨[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개인사업을 하던 약 20년 전, 그는 무릎이 아파서 고생했다.

연골주사를 맞아도 차도가 더디던 차에, 문득 '나이가 들수록 더 아플 텐데, 스스로 통증을 배워보자'는 결심이 섰다고 한다.

이후 충북 소백산과 서울 등지를 다니며 대체요법을 배웠고, 심지어 중국까지 가서도 배움에 대한 갈증을 채웠다.

그렇게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최씨는 통증으로 시달리는 이웃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에 봉사회에 가입한 최씨는 매주 토요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체요법 봉사활동을 15년 이상 펼치고 있다.

봉사는 대상자의 통증 부위와 정도를 고려, 가벼운 마사지부터 다소 심도 있게 근육과 골격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약 30분에 걸쳐 처치를 받은 대상자들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돌아간다고 한다.

노인부터 젊은이까지 20여명이 매주 꾸준히 봉사회 사무실을 찾고 있으며, 고질적인 통증으로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단골'도 있다.

다만 대체요법이 주류 의료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인체를 다루는 엄중한 일이라는 점을 잘 알고, 그래서 더 철저하게 공부하고 익혔습니다. 혹시나 효과를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시는 분에게는 대체요법을 받지 말라고 권합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대상자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할 이유는 없죠. 제가 해드리는 처치를 믿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고, 때로는 대체요법을 배우고 싶다는 분들도 계셔서 가르쳐 드릴 때도 있어요."

최씨는 대체요법 봉사뿐 아니라 약 16년간 방범 순찰, 범죄예방 청소년 선도 활동 등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울산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하는 '2023년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스스로 고령자가 된 최씨가 다른 사람의 몸을 당기고 누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봉사할 때는 몰입하느라 힘이 드는지도 모르지만, 활동이 끝나면 피로감이 몰려온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씨는 봉사활동을 줄일 생각은 없다.

앞으로는 경로당이나 복지시설 등을 다니며 테이핑 요법으로 근골격계 통증을 완화하는 재능기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저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가 즐겁고 보람을 느껴서 봉사합니다. 누군가 제 봉사로 즐거워하고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면, 돈으로 보상받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그 즐거움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분께 봉사하고 싶어요."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