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속도전 다이어트’…숨은 부작용은?

급격한 체중 감량, 담즙 정체 유발해 담석증 위험 높일 수 있어

▲비만 치료 주사제 확산과 함께 급격한 체중 감량에 따른 담석증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34)는 최근 체중 감량을 위해 비만 치료 주사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식욕이 크게 줄면서 한 달 사이 체중이 빠르게 줄었지만, 어느 날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명치 부근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생각했지만 병원을 찾은 결과 ‘담석증’ 진단을 받았다.

최근 비만 치료 주사제 사용이 늘면서 급격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 담석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급격한 체중 감량, 담석 위험 높인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체중감량 주사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짧은 기간에 확 빼겠다”는 감량 방식도 함께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속도전 다이어트’는 담낭 건강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체중이 갑자기 줄어들면 담즙이 담낭에 오래 머무르는 ‘담즙 정체’가 생기기 쉬워지고, 이 과정에서 담석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담석증은 담낭이나 담관 안에 돌처럼 굳은 물질이 생겨 통증이나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담석은 담즙 내 구성 성분이 담낭이나 담관에서 응결·침착돼 형성된 결정성 구조물이다.


담낭에서 생긴 담석이 담낭관이나 총담관으로 이동해 염증이나 폐쇄를 일으키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담석증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담낭 안에 작은 돌이 생기고 이 돌이 담관을 막거나 이동하면서 통증이나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바로 담석증이다.

문제는 급격한 체중 감량이 이런 담석이 생기기 쉬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체중이 빠르게 줄어들면 간에서 담즙으로 배출되는 콜레스테롤 양이 늘어날 수 있다.


동시에 식사량이 줄어들면 담낭이 수축해 담즙을 내보내는 움직임도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담즙이 담낭 안에 오래 머무르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농축된다. 농축된 담즙 안에서는 콜레스테롤 성분이 굳어 작은 결정을 만들고, 이것이 점차 커지면서 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초저열량 식단이나 단식에 가까운 식이처럼 섭취량을 급격히 줄이는 경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근거로 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담석증 환자 수는 2015년 13만6774명에서 2024년 27만7988명으로 10년 새 103% 증가했다.

담낭절제술 환자도 같은 기간 5만7553명에서 9만1172명으로 58% 늘었다. 특히 2024년 담낭절제술 환자의 52%가 30~50대로 나타나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도 담낭 수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초기에는 소화불량처럼…놓치기 쉬운 담석 신호

문제는 담석증이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담석이 있어도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소화불량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명치나 오른쪽 윗배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나타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통증이 등이나 오른쪽 어깨 쪽으로 퍼지는 느낌이 들거나 구역·구토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통증이 몇 시간 이상 계속되거나 열이나 오한이 동반된다면 급성 담낭염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담석이 담관을 막으면 황달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담관염이나 췌장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진단은 초음파, 치료는 담낭절제술이 표준

담석증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검사는 복부 초음파다. 검사 시간이 짧고 방사선 노출이 없어 널리 활용되는 검사로, 담낭 안에 담석이 있는지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증상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우연히 발견된 무증상 담석은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징적인 통증이 반복되거나 급성 담낭염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담낭절제술이 표준 치료로 시행된다.

급성 담낭염이 의심될 때는 금식과 수액 치료, 진통제와 항생제 치료를 먼저 시행한 뒤 상태에 따라 수술 시점이 결정된다.

◇ 다이어트 주사 사용 시 ‘감량 속도’가 관건

체중감량 주사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감량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로 식욕이 줄어들더라도 식사를 지나치게 줄이거나 거르면 담낭의 움직임이 감소해 담즙 정체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보다는 의료진과 상담해 점진적으로 체중을 줄이고, 일정한 식사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담낭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경주 교수는 “담석증을 방치하면 담낭염이 악화되거나, 담석이 이동하면서 담관염·췌장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만 치료 과정에서도 단기간의 과도한 체중 감량이나 초저열량 식이를 피하고, 의료진과 상의해 점진적인 감량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담석증 예방과 담낭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살을 빼는 것이 목표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 주사제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급격한 체중 감량이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경주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한림대동탄성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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