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일 수도 있다고요? 만성기침
대개 사람들은 기침을 나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침은 원래 이물질이나 해로운 자극으로부터 기관지와 폐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 몸의 정상적인 방어기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기침은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어야 할까요?
기관지에 이물질이 있거나 폐렴으로 가래가 많이 쌓여 있는 경우라면, 진해제(기침을 억제하는 약물)로 완전히 기침을 없애기보다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서 어느 정도의 기침반사를 유지시켜 기관지의 가래나 노폐물이 잘 배출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명확한 원인 질환 없이, 또는 원인 질환이 잘 치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기침을 오랫동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8주 이상 지속되는 비정상적인 기침을 병적인 기침이라 하고, 만성 기침의 치료는 이러한 병적인 기침을 정상화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만성 기침, 무엇이 원인인가요?
보통 기침이 8주 이상 지속되면 폐암, 폐결핵과 같은 위중한 질환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기침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흉부 X선 검사를 통해 폐렴, 폐결핵, 폐종양 같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특히, 기침과 함께 열이나 오한이 있거나, 누렇고 짙은 가래 혹은 객혈이 있는 경우, 급격한 체중감소와 식은땀이 자주 나타난다면 이러한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성 기침 환자에서 큰 병이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다면 만성 기침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소위 3대 원인으로 꼽히는 질환이 바로 상기도기침증후군과 천식, 위식도역류질환 입니다.
상기도기침증후군은 코나 비인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기침으로, 알레르기비염, 만성 비염, 만성 부비동염 등에 의해 나타나는 만성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콧물과 코막힘 등의 증상을 주로 보이는 이러한 질환은 코가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이 나타나는데, 후비루가 목이나 후두의 기침신경을 자극하여 주로 기침이 발생하지만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흔한 원인은 천식입니다. 전형적인 천식은 호흡곤란이나 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타나는 것으로, 기침과 함께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비교적 천식을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증상 없이 오직 기침만 하는 기침형 천식의 경우에는, 기관지의 염증상태와 예민함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를 해 보아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식도역류질환에 의한 기침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위산이나 음식물이 역류되어 식도나 인후부의 기침 신경을 자극해 발생하게 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24시간 식도 산도(pH) 모니터링이라는 검사를 시행해야 하지만, 검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감이 있어 보통은 치료 약물을 사용하여 증상 호전 여부를 보고 진단하게 됩니다.
만성 기침의 치료, 원인 질환 치료가 우선
만성 기침은 우선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 그 원인을 치료해야 합니다. 흡연자라면 상당수는 담배와 같은 유해자극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기침 증상이 나아질 수 있으니 금연부터 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또한, ‘-프릴’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일부 고혈압 약은 부작용으로 기침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우선 약을 중단해보거나 변경하여 기침이 좋아지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아야 합니다. 상기도기침증후군이 원인이라면 알레르기비염이 가장 흔한 경우로, 항히스타민제나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분무제를 사용하면 기침 증상이 개선됩니다. 천식의 경우에는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치료 약물인 흡입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사용하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검사나 진찰을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더라도, 해당 원인 질환을 치료한 후 기침 증상이 나아지는 것이 확인돼야 기침의 원인 질환으로 최종 진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성 기침의 원인이 복합적인 경우에는, 여러 원인을 모두 치료해야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찾기 어려운 기침 치료
하지만 일부 환자는 각종 검사를 해보아도 원인이 분명치 않거나, 의심되는 원인을 충분히 치료한 후에도 기침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기침 신경이 과도하게 예민해 발생하는 ‘기침과민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항상 목이 간질거리면서 무언가 걸려 있는 듯한 이물감을 느끼고, 차고 건조한 공기, 향수, 음식 냄새, 대화 등에 의해서도 일반 사람들보다 쉽게 기침이 유발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 경우 과도한 병적인 기침이 오히려 인후부에 손상을 주어 기침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진해제 등을 사용해 기침을 억제시켜야 합니다. 또한, 환자 스스로도 기침이 나려고 할 때에는 입을 오므리고 숨을 쉬거나, 복식호흡, 물을 마시거나 껌을 씹는 방법 등으로 목을 건조하지 않게 하면서 기침을 억제할 수 있는 행동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정 기간 꾸준히 기침을 조절하고 관리해 나가다 보면 기침과민증은 서서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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