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원인과 대처법은?

충격적인 사건 후, 정신적인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면 PTSD
정신적인 증상이 신체에도 영향을 미쳐, 다양한 문제 동반
  • 오혜나 기자
  • 발행 2024-12-10 11:3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 화요일 밤의 난데 없는 계엄령으로 대두되는 정신질환이 있다. 바로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다. 이미 오래 지난 과거에 '계엄령'의 공포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2024년의 '계엄령'으로 인해 단숨에 40년을 훌쩍 뛰어넘어 그때의 공포를 생생하게 느끼고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대형 재난사고등으로 인해 사고 현장에 있었던 피해 당사자들 뿐 아니라, 피해 당사자들의 동행인, 재난 현장을 목격했거나 구조에 나선 사람들까지도 심리적 불안과 죄책감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것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라고 한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죽을 뻔한 상황이나 이와 비슷한 충격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로 인해 놀란 마음은 며칠씩 심장이 뛰고, 위험했던 상황이 문득문득 떠오르거나 꿈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상황이 정리되고 무서웠던 기억이 잊히면서 차차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를 경험하는 사람들 중 10% 정도는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악몽에 시달리며 사고에 대한 불안과 긴장이 가시지 않아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극도의 예민한 상태를 보이거나, 또는 이와는 정반대로 무기력한 상태가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증상은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하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보통 전쟁이나 큰 재난, 혹은 성폭행이나 교통사고 같은,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아주 예외적이고도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을 한번 경험하면 심한 불안감에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을 피하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길에서 남자의 뒷모습만 보아도 위협을 느껴 외출을 힘들어하기도 하고, 화재 사고 피해자들은 골목길에 놓인 가스통을 보면 폭발하지 않을까 두려워 길을 돌아가거나 교량이 무너진 것을 목격한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든 교량을 건너는 것을 무서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높은 불안감은 생활을 제한하여 심한 경우에는 집이나 방 밖을 나가지 않는 경우로 나타나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약하거나 의지가 약해서, 또는 기가 허해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단순한 병이 아니다.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사고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면 이런 심각한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사고에 대한 충격과 불안에서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원인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말할 수 있다.

사고 충격의 크기와 규모

흔히 작은 사고보다는 더 큰 사고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더 자주 나타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다르다. 오히려 개인의 기질, 경험이나 사고의 반복이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생각하고 있다. 과거에도 위험한 일을 당해 크게 놀란 적이 있거나 천재지변 같은 위험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발생위험이 높다. 또, 신체 손상을 동반한 교통사고나 성폭력 피해처럼 신체적 통증이나 재판 진행으로 인해 사건을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 오래 고통 받는다.

뇌의 변화

뇌에는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이에 대비해서 우리 몸을 준비시키는 ‘편도’라는 작은 기관이 있다. 이 '편도'부분이 활성화되면 우리가 위험을 의식하기도 전부터 신속히 몸을 움직여 위험을 피할 준비상태를 만든다. 또한 위험이 사라지면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라는 부위가 활성화되어 이 '편도'의 활성으로 인한 경보신호를 끄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러한 경보장치가 불필요하게 작동하고 잘 꺼지지 않는 상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신장애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는 기존에 우울장애나 물질관련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같은 사고를 당해도 발생할 위험이 높다. 또, 사고 이후로 증상이 생긴 경우에도 다른 정신장애가 같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고 이후에 생기는 불면이나 두려움을 술을 마시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의 표면적인 증상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는 사고 직후에는 사고와 관련된 두려움, 악몽 등이 주된 증상이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불면증, 우울증, 알코올 의존증 등 다양한 문제들을 동반한다.

- 사고와 관련된 악몽
- 사고와 관련된 장면이나 그때 감각, 느낌이 깨어 있는 동한 생생히 재현되는 플래시백
- 작은 소리에 놀라는 예민함
- 사소한 것들이 위태롭고 위험해 보이는 느낌
- 사고를 떠올리는 사람, 장면 등 모든 자극을 피하게 됨
- 가만히 멍하게 있거나 무기력증에 빠짐
-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지속적으로 긴장하고 불안해함
- 사람들과 동떨어진 느낌, 나를 이용하려는 것 같은 느낌
-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죄책감, 분노 등의 감정
- 이유 없이 온 몸이 떨리고 땀을 흘리는 자율 신경계 증상
- 자기 자신, 특정한 사건에 대해 전혀 기억을 못하는 해리 증상
- 공황발작, 환청 등의 지각이상
- 우울, 짜증, 불쾌 등의 부정적 감정으로 인한 지속적인 과민상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기 치료가 가장 좋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지나치게 폭발적이거나 갑작스러운 충동적 행동을 보일 때도 있으며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PTSD는 단 한 번의 사고로 발병할 수 있으며, 신체적인 부상보다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평생동안 고통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다른 정신적 질환을 동반한 경우 증세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하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경과가 좋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치료로는 주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치료로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 불안이나 우울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정신치료는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안구운동을 활용하는 EMDR(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요법 -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등이 주로 사용된다.

PTSD에 보다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치료는 인지치료와 행동치료,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법이다.

인지치료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비현실적인 믿음이나 생각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으로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 거기에 대해 학습이론에 근거해 환자가 자기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문제행동을 바꿔나가도록 돕는 행동치료를 한다.
이 치료법은 바람직한 행동은 더 많이 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행동은 줄여준다. 마음이 불안한 상황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대처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족이나 친구들의 지지를 받으며 사고를 같이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 집단치료를 하면서 서로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하는 것도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 PTSD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자괴감이 깊어지고, 우울 증상이 나타나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고통을 과소평가하거나 숨기지 말고, 전문가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하나씩 보듬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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