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으로 확산되는 허리디스크, 비수술적 치료 우선 고려해야
허리에 무리를 주는 생활 습관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도 허리 디스크 환자 늘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도움말 = 고려대 안산병원 김범준 척추신경외과 교수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는 중장년층에서 많이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이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서 일하거나 종일 서있는 직장인, 허리를 자주 사용해 일을 해야 하는 이들이라면 안심할 수 없다. 고려대 안산병원 척추신경외과 김범준 교수에게 허리디스크에 대해 들어봤다.
인체의 기둥인 척추는 목을 담당하는 경추와 상체를 담당하는 흉추, 허리를 담당하는 요추, 엉덩이를 담당하는 천추가 수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이 척추 사이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있다. 김범준 교수는 "올바르지 않은 자세나 외상, 과도한 체중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손상된 디스크가 척추에서 튀어 나오거나 신경근이 눌리는 것을 허리디스크"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호중(38·남) 씨는 최근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다리가 수시로 저려 큰 불편을 겪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여겼지만 출근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아직 나이도 젊은데 허리디스크가 생겨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허리디스크는 김 씨처럼 젊은층에서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유전적인 소인이나 습관, 외상 등의 영향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섬유륜이 약해져 추간판탈출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젊은층에서는 외상, 사고 등으로 인해 갑자기 디스크가 파열되는 급성디스크가 많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누워서 다리를 60도 이상 들어 올리지 못할 때 디스크 의심
Q. 허리디스크는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기나.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허리디스크 원인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는 추간판탈출증은 퇴행성 변화에 의해 추간판의 섬유륜이 약화되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에서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령층에서는 노화로 인해 디스크가 점점 탄력을 잃으면서 서서히 진행된 만성 디스크가 많다.
척추 뼈마디 사이에 있는 추간판은 보통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부터 퇴행성 변화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간판 퇴행에 따라 추간판의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에 균열이 생기게 되고, 추간판 내부의 수핵이 척추 뼈의 경계를 넘어 탈출하면 디스크 질환이 발생한다.

Q. 허리디스크의 일반적인 증상은
허리디스크는 요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나, 요추 5번과 천추 1번 사이 디스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좌골신경통과 다리 저림, 찌릿하게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참고로 좌골신경은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을 따라 내려가면서 다리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한다. 좌골신경이 추간판에 의해 압박을 받으면 하지 부위에 통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통증은 엉덩이 부위에서 다리 쪽으로 뻗쳐 나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발 부위까지 뻗치기도 한다.
Q. 허리디스크의 진단 방법은.
신체진찰, 방사선 검사(X-ray), CT, MRI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한다. 하지직거상 검사(SLR Test: Straight Leg Raising Test)가 대표적인데, 하지직거상 검사는 무릎을 펴고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려 통증(하지 방사통)이 발생하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정상인은 다리를 70도 이상 들 수 있지만 허리디스크 환자는 통증 때문에 다리를 60도 이상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소에 유연성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성인들이 많아 다리를 펴서 들어 올리면 무릎 뒤쪽에 당기는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 가지 방법으로만 허리디스크를 진단하기는 어렵다. 하지직거상 검사로 의심이 되면 척추 전문의의 정확한 진찰을 다시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사통은 질환이 발생한 부분에서 나타난 통증이 주변의 다른 부위로 퍼지거나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 방사통은 허리디스크 환자의 디스크가 탈출해 하체로 연결되는 신경을 압박하기에 발생한다. 하지 방사통은 하지불안증후군이나 혈관 질환 등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허리디스크로 인한 방사통은 걸을 때나 활동하는 시간에 나타나는 반면,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인한 방사통은 쉬는 시간에 나타난다. 허리디스크에 의한 방사통이 있을 때는 허리를 똑바로 펴고 가만히 서 있어도 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이에 반해 혈관 질환일 경우에는 걷거나 움직여야만 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Q. 허리디스크의 치료법은 무엇인가.
크게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보통 허리디스크 치료라하면 수술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허리디스크 환자의 70~80%는 발병 후 4~6주가 경과하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증세가 호전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수술보다는 비수술적인 치료를 먼저 시도해 본다. 비수술적 치료법은 소염진통제와 근육이완제 등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스테로이드 약물을 디스크 탈출 부위에 주사하는 주사요법 등이 있다. 허리디스크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는 신경주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을 통해 통증이 제일 심한 급성기를 환자가 견딜 수 있게 한다. 급성기를 잘 견디고 통증이 호전된 환자는 수술적 치료가 굳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이러한 시술은 불필요한 수술을 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Q. 수술을 꼭 해야만 하는 환자는 어떻게 진단하나.
일반적으로 발병 후 4~6주가 지나도 통증이 여전히 심한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데, 만약 발 처짐과 같은 운동신경 마비, 대소변을 보는 힘이 약해지는 배뇨장애 등의 증세가 있다면 조기에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허리 MRI(자기공명영상)를 찍고 디스크로 인해 신경이 눌린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증상은 없다. 수술을 해야 하나.
추간판탈출증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관절이 다시 안정화되어 증상이 없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분들은 MRI에서 튀어나온 디스크에 의해 신경이 눌려 보인다고 해도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Q.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은 미세디스크 절제술이다. 약 2-3cm 가량 절개한 후 척추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뼈에 작은 구멍을 내고, 미세 현미경을 통해 수술 시야를 확보한 다음 파열된 디스크 절편을 미세수술 기술과 장비로 매우 정밀하고 안전하게 제거하는 방법으로, 미세 현미경을 고배율로 확대해서 진행하는 만큼 숙련된 의사가 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심한 척추협착증이나 척추불안정이 동반된 일부 환자에게는 뼈를 조금 더 크게 절제하고 나사못을 고정하여 척추관절을 안정화하는 척추유합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Q. 허리디스크를 악화시키는 생활습관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구부정하게 앉거나 바닥에 양반다리로 오래 앉아있는 자세는 허리에 부담이 된다. 허리를 숙여 무거운 물건을 드는 동작도 좋지 않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무릎을 구부려 스쾃 자세를 취하면서 다리힘을 사용하여 드는 게 좋다. 누워서 쉴 때는 무릎 밑에 베개를 받치는 것이 허리를 편하게 할 수 있다. 바닥 생활을 피하고 의자에 바르게 앉는 생활 습관이 도움이 된다.
Q.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허리디스크의 예방에 도움이 되나.
잘 발달된 허리근육은 허리 관절의 부담을 줄여주어 디스크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다만 급성 통증이 있을 때는 무리해서 운동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운동은 평소 통증이 없을 때 하는 것이 좋다.
Q. 허리디스크를 예방하는 운동은.
하체를 바닥이나 운동기구에 고정하고 상체를 뒤로 들어 올리는 신전운동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복근 운동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윗몸일으키기와 같이 허리의 반동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무릎을 굽힌 채 상체를 들어 올리는 방식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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