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같은 시기만 되면 “왜 이렇게 배가 고플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히 생리 전이 되면 평소에는 별로 찾지 않던 초콜릿이나 과자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고, 저녁만 되면 허기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유 없이 찾아온 식욕처럼 보이지만,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변화와 혈당 조절, 스트레스 반응이 겹치며 나타나는 몸의 자연스러운 신호에 가깝다..

생리 전, 몸은 왜 더 배고파질까

배란 이후부터 생리 직전까지는 ‘황체기’로 불린다. 이 시기에는 임신을 대비해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고, 에스트로겐은 줄어든다. 몸은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아끼고 저장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실제로 연구를 보면 생리 전에는 하루 섭취 열량이 평소보다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때 늘어나는 식욕이 채소나 생선보다는 달고 기름진 음식 쪽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단 음식이 당기는 진짜 이유

생리 전에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이 둔해질 수 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뭔가 덜 찬 느낌”이 들고, 더 먹고 싶어지는 이유다.

여기에 기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뇌는 빠르게 만족감을 주는 단 음식을 찾게 된다. 초콜릿 한 조각이 갑자기 ‘필수품’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식욕은 더 커져

호르몬 변화 자체가 몸에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늘어나면 식욕은 더 쉽게 자극된다.

특히 밤에는 식욕 억제 신호는 약해지고, 허기 신호는 강해진다. 생리 전·야간·피로가 겹치면 “나도 모르게 야식을 시키는 날”이 늘어나는 구조다.

참지 말고 ‘설계’하자

생리 전 식욕 관리의 핵심은 무조건 참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곧 배고파질 시기”라는 걸 인정하고 미리 대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단 음식 폭주는 크게 줄어든다. 매 끼니에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가고 혈당 변동도 완만해진다.

간식도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 준비 없이 배고픔을 맞으면 과자 봉지가 열리기 쉽다. 대신 견과류 한 줌, 그릭 요거트, 바나나나 말린 베리류 소량,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처럼 ‘대체 간식’을 정해두면 선택이 쉬워진다.

생리 전에는 고강도 운동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는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만으로도 충분하다. 몸이 이완되면 긴장과 짜증이 줄고, 식욕의 파도도 낮아진다.

또한 따뜻한 허브티나 찜질은 부종 완화와 함께 “괜히 더 먹고 싶은 기분”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생리 전 식욕,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생리 전 식욕을 “이때는 마음껏 먹어도 된다”로 받아들이면 체중 관리가 무너지고, “절대 먹으면 안 된다”로 몰아붙이면 스트레스가 쌓여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가장 현실적인 태도는 이렇다. 생리 전 1~2주는 조금 더 배고플 수 있다는 걸 인정하되, 혈당이 흔들리지 않게 먹는 순서와 간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매달 반복되는 식욕 변화는 내 몸이 보내는 리듬 신호다. 원인을 알면 괜히 자책하지 않아도 되고, 대응도 훨씬 쉬워진다. 생리 전 식욕과의 싸움은 의지력 테스트가 아니라, 몸을 이해하는 연습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