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어도 방심은 금물’ 겨울에 더 오르는 고혈압

겨울이 되면 평소보다 혈압이 유난히 높아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데도 병원에서 혈압이 올라가 있거나, 집에서 재보면 수치가 예전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다.
추위 자체가 혈관을 수축시키는 데다, 활동량 감소와 짠 음식 섭취가 겹치면서 겨울은 고혈압 관리에 가장 까다로운 계절이 된다.
◇ 추위가 부르는 혈관 수축, 혈압은 자연스럽게 상승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 과정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혈액이 좁아진 혈관을 통과하면서 혈압이 상승한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병원 방문은 겨울철, 특히 12월에 가장 많다.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약을 먹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위험한 오해다. 약물치료는 생활요법 위에 더해지는 치료일 뿐, 잘못된 생활 습관을 덮어주는 보호막은 아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혈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다”며 “약물요법은 생활요법에 추가되는 치료로, 생활습관을 관리할수록 약의 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에 혈압이 내려간다고 임의로 약을 줄였다가, 겨울에 다시 혈압이 급상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뜨끈한 국물, 겨울 혈압의 숨은 복병
겨울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국과 찌개는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조심해야 할 음식이다. 국물 요리는 특성상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은 6g 이하이지만, 한국인의 평균 섭취량은 이보다 훨씬 많다.
특히 국물까지 다 마시는 식습관이 반복되면 혈압 조절은 더욱 어려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매끼 국물 한 컵 정도만 덜어내도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음식 맛이 싱겁게 느껴진다면, 조리 단계에서의 염분 조절보다 먼저 ‘국물 남기기’부터 실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 움직이지 않으면 혈압은 더 오른다
추운 날씨를 이유로 집에만 머무르면 혈압은 오히려 더 올라간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체중이 증가하고, 혈당과 혈압이 함께 상승하기 쉽다. 근력이 떨어지면서 낙상 위험도 커진다. 손 교수는 “춥다고 실내에만 있으면 혈압·체중·혈당이 함께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겨울에는 기온이 비교적 높은 낮 시간대에 가벼운 걷기나 산책이 적당하다. 새벽 운동이 습관이라면 아침 식사 후나 오후로 시간을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 자전거, 스트레칭 같은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 증상이 없어도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병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지만, 가장 위험한 만성질환 중 하나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은 더 강하게 수축해야 하고, 그 결과 심장벽이 두꺼워지며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관 손상은 동맥경화를 부르고, 뇌졸중, 만성콩팥병, 망막 출혈로 인한 시력 저하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고혈압이 늘고 있어, “아직 젊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
◇ 고혈압 관리의 출발점은 ‘혈압 알기’
고혈압 관리는 약보다 먼저 자신의 혈압을 정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집에서 혈압계를 이용해 여러 번 측정하고 평균값을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긴장으로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 고혈압’과 실제 고혈압을 구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꾸준한 혈압 측정과 함께 염분 줄이기, 규칙적인 운동, 체중 관리가 병행될 때 약물치료의 효과도 극대화된다.
조용히 진행되지만 결과는 치명적인 고혈압. 특히 겨울철에는 약에만 의존하기보다, 국물 한 숟가락과 하루 한 번의 움직임부터 점검해보는 것이 혈관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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