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소 의사 사망…의사사회 “면허취소법 전면 재검토 필요”
전남도의사회, 의료와 무관한 범죄까지 박탈하는 구조에 문제 제기

의사 면허가 취소된 뒤 복귀가 좌절된 50대 의사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의사사회가 현행 면허취소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전면적인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전라남도의사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개원의로 일하던 50대 의사 A씨는 최근 전남 무안군 청계면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정황 등을 토대로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조만간 내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의사 면허 취소 이후 겪은 극심한 생활고와 심리적 고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고인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의료 윤리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 아니었다”며 “후배의 개원을 돕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이중개설 위반’으로 면허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도의사회에 따르면 A씨는 면허 취소와 함께 수년간의 매출액을 전액 환수당했고, 이후 3년간 면허 취소 기간 동안 분식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행정처분과 환수 절차를 모두 마친 뒤에도 의사 면허 재교부는 허용되지 않았고, 세 차례에 걸친 재교부 신청 역시 모두 불허됐다.
도의사회는 “죄에 대한 책임을 다했음에도 의사로서 다시 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상 사회적 사형 선고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기하려는 인간의 삶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구조가 과연 정의로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각종 생활 범죄까지 면허 취소 사유로 폭넓게 적용되는 현행 법 체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도의사회는 “의료인 윤리 확립이라는 법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을 파탄 내고 한 생명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방식은 제도의 목적을 벗어난 명백한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를 향해 “면허 취소와 재교부 과정에서의 규정 적용과 행정 운영이 적절했는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면허 재교부 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하고, 죗값을 치른 의료인에게 최소한의 재기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엄정한 책임과, 처벌 이후 사회 복귀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면허 취소 제도가 처벌 중심에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을 통해 24시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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