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찬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안면마비…생각보다 흔한 질환
72시간 이내 치료가 회복 좌우해

안면마비는 갑작스럽게 얼굴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누구에게나 큰 불안과 공포를 안겨주는 질환입니다.
환자들은 흔히 “혹시 뇌졸중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면, 안면마비는 생각보다 드물지 않은 질환이며 그 원인 역시 뇌보다 말초 신경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안면마비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최근 3년간 매년 9만 명 이상에 달합니다. 즉, 안면마비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신경 질환입니다.
안면마비의 원인을 구분하는 데에는 비교적 간단한 기준이 있습니다.
한쪽 얼굴이 마비됐을 때 눈을 크게 뜨거나 놀란 표정을 지어도 이마에 주름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면, 이는 뇌 문제가 아니라 귀 주변 뼈 속을 지나가는 안면신경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얼굴 한쪽이 마비됐는데도 이마 주름이 유지되거나, 감각 이상 등 다른 뇌신경 증상이 동반된다면 뇌질환을 의심해 추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얼굴이 비대칭으로 보이고, 양치나 식사 중에 침이나 음식물이 새는 불편함이 생깁니다.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아 눈이 건조해지거나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안면신경과 함께 지나가는 청각·평형신경이 영향을 받으면 청력 저하나 어지럼증이 동반될 수 있으며, 안면 통증, 미각 저하, 눈물이나 침 분비 변화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안면마비의 대표적인 원인은 벨마비와 람세이-헌트 증후군입니다. 벨마비는 뚜렷한 유발 요인을 찾기 어려운 안면마비를 통칭하며, 전체 안면마비 환자의 약 60~75%를 차지합니다.
반면 귀 주변 통증이나 수포성 피부 병변, 난청,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람세이-헌트 증후군을 의심합니다. 이 질환은 전체 안면마비의 약 5~15% 정도를 차지합니다.
두 질환 모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난 뒤 72시간 이내에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할 경우 회복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벨마비는 단순포진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염증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람세이-헌트 증후군 역시 수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이 때문에 항바이러스제의 조기 투여 역시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안면마비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는 모두 전문의 처방이 필요한 약물이며, 고용량으로 투여되는 만큼 부작용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금 더 지켜보자”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빠르게 병원을 찾아 이비인후과 또는 신경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면마비는 회복까지 수개월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환자들은 안면 마사지, 침 치료, 전기자극 치료 등 보조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이러한 보조 치료가 초기 약물치료만큼 회복에 결정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보조 치료를 고려하더라도, 초기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안면마비는 조기에 제대로 치료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은 질환입니다. 얼굴의 작은 변화라도 느껴진다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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