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정 소아청소년과 교수, 아기 두상 ‘300만원 헬멧’보다 먼저 할 일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6-02-02 11:50

▲ 강희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진료실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교수님, 우리 아이 뒤통수가 납작해 보이는데 지금 헬멧 치료를 시작해야 할까요?”

최근 영유아 부모들 사이에서 사두증, 단두증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교정 헬멧 치료를 서둘러 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아니면 늦는다”, “평생 머리 모양이 굳어진다”는 말들이 쉽게 오간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살펴보면, 고가의 헬멧 치료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사두증은 아기의 두개골이 한쪽으로 납작해지거나 좌우 비대칭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가장 흔한 형태인 ‘자세성 사두증’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드문 ‘두개골 조기 유합증’이다.


▲[자료=한림대학교 의료원]

자세성 사두증은 두개골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같은 자세로 오래 누워 있거나 외부 압력이 반복되면서 생긴다. 실제로 영아의 약 3%에서 관찰될 만큼 흔하다.


이 경우 생후 초기, 특히 3개월 이전에 발견하면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누워 있을 때 머리 방향을 자주 바꿔 주고, 깨어 있는 시간에는 특정 부위에만 압력이 쏠리지 않도록 신경 써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반면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두개골 봉합선이 비정상적으로 일찍 닫히는 질환으로, 단순한 머리 모양 문제를 넘어 뇌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신체검사와 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며, 수술적 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두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아이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부모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바로 눕혀 재우기’와 ‘머리 모양’ 사이의 관계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수면 중에는 반드시 바로 눕혀 재워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깨어 있는 시간까지도 계속 같은 자세로 눕혀 두는 경우다. 이럴 경우 뒤통수 전체가 납작해지는 단두증이나 비대칭 사두증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터미타임’이다. 터미타임은 아기가 깨어 있는 동안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노는 시간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머리 모양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목과 몸통 근육 발달을 돕고 전반적인 운동 발달에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동시에 머리 뒤쪽에 집중되는 압력을 분산시켜 두개골 변형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터미타임은 하루에 몇 번, 짧은 시간부터 시작하면 된다. 생후 초기에는 하루 2~3회, 한 번에 3~5분 정도로 시작해 점차 늘려 하루 30분 이상을 목표로 한다.


반드시 보호자가 지켜보는 상태에서, 아기가 깨어 있을 때만 시행해야 하며, 푹신한 이불이나 쿠션은 피해야 한다. 아기가 힘들어하거나 보채면 즉시 중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사두증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교정 헬멧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헬멧 치료는 아기의 두개골 성장 방향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생후 6개월 이전에 시작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12개월 이후에는 두개골이 점차 단단해지면서 치료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중요한 점은, 헬멧 치료가 ‘모든 아이에게 필요한 치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유아 건강검진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정기 검진 때 아이의 머리 모양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나 소아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진단을 통해 정말 치료가 필요한 경우인지 확인한 뒤, 치료 방법을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

아기의 머리뼈는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다. 비싼 치료를 서두르기 전에,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깨어 있는 시간에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많은 경우,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한 예방과 개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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