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고 사는 시간'이 줄었다...한국인 건강 수명, 다시 70세 아래로
만성질환, 생활습관 악화
팔팔하게 100세까지는 멀어지고, '골골백세'가 현실로

한국인이 큰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간, 이른바 ‘건강 수명’이 다시 70세 아래로 내려왔다. 모두가 ‘99세까지 팔팔하게 사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60세가 조금 넘으면 이런저런 병을 안고 오래 사는 ‘골골 백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건강 수명 통계집’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69.89세로 집계됐다. 2013년 69.69세였던 건강 수명은 이듬해부터 70세를 넘긴 뒤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지만, 최근 2년 연속 하락하며 다시 70세 선이 무너졌다.
건강 수명은 단순한 기대 수명과는 다르다. 전체 수명에서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건강하지 못한 기간을 제외한 값으로, 연령대별 치료 기간과 장애 기간 등 실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다시 말해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아프지 않고 사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경기·세종·제주를 제외한 13곳에서 건강 수명이 70세에 못 미쳤다. 성별로는 여성의 건강 수명이 71.69세로 남성(67.94세)보다 약 4년 길었다.
전문가들은 건강 수명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만성 질환의 증가를 지목한다.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은 이미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의 78.8%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질환이 더 이상 노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활 습관 악화 역시 영향을 미쳤다. 이번 통계에서 아침 식사 실천율은 46.8%로, 3년 전보다 크게 떨어졌고 비만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오상우 동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침 결식과 비만은 곧바로 만성 질환 유병률로 이어진다”며 “최근에는 만성 질환 발병 시점이 30~40대로 앞당겨지고 있어 건강 수명 전체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본다. 2022년 건강 수명은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통해 제시한 2030년 목표치(73.3세)보다 3년 이상 낮다. 금연, 절주, 신체 활동 등 주요 지표 중에서도 개선된 항목보다 오히려 악화된 항목이 더 많았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022년 수치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 접근성이 높은 한국의 특성을 살려 만성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 수명 격차는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2022년 기준 소득 상위 20%의 건강 수명은 72.7세였지만, 하위 20%는 64.3세에 그쳤다. 두 집단 간 격차는 10년 전보다 더 벌어졌고,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수명이 늘어난 시대,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덜 아프게 사느냐를 묻는 질문에 사회 전체가 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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