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보다 낫다?” 다시 뜨는 돼지기름, 라드유의 반전

계란 프라이·볶음밥에 쓰면 고소하지만…삼겹살 기름 볶음밥은 ‘건강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돼지기름은 정말 몸에 나쁜 기름일까, 아니면 우리가 오해했던 조리 기름일까 [사진=오픈AI 생성이미지]


(헬스케어저널=구재회 기자) 고기를 구워 먹고 남은 돼지기름에 김치를 굽거나 밥을 볶아 먹는 일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식용유 대신 돼지기름인 라드유(Lard)를 계란 프라이, 볶음밥, 튀김 요리에 활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유의 고소한 풍미와 바삭한 식감 때문이다. 한때 혈관 건강의 적으로 지목받으며 주방에서 밀려났던 돼지기름이 다시 식탁 위로 올라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라드유는 정말 식용유보다 건강한 선택일까. 헬스케어저널이 라드유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그리고 일상에서 주의해야 할 섭취법을 짚어봤다.

◇ 돼지기름은 무조건 나쁘다? 라드유의 의외의 반전

돼지기름은 오랫동안 ‘나쁜 지방’의 대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라드유를 단순히 혈관을 막는 기름으로만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라드유는 포화지방만으로 이뤄진 기름이 아니다.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산이 함께 들어 있으며, 그중 단일불포화지방산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주목되는 성분은 올레산(Oleic acid)이다. 올레산은 올리브유의 주요 성분으로도 잘 알려진 단일불포화지방산이다. 일반적으로 단일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지질 관리와 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방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라드유를 무조건 ‘해로운 기름’으로만 분류하기보다는 어떤 성분을 얼마나 포함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라드유에 올레산이 들어 있다고 해서 올리브유와 같은 건강식품처럼 받아들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라드유에는 포화지방도 상당량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라드유의 핵심은 ‘좋은 기름이냐 나쁜 기름이냐’가 아니라, 장점과 한계를 함께 이해하고 적절히 쓰는 데 있다.

◇ 햇빛 보고 자란 돼지의 지방, 비타민D도 변수


라드유가 다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비타민D다. 돼지의 사육 환경에 따라 지방 속 영양 성분은 달라질 수 있는데, 햇빛을 충분히 보고 자란 돼지의 지방에는 비타민D가 포함될 수 있다. 비타민D는 칼슘 흡수와 뼈 건강, 면역 기능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다.

현대인은 실내 생활이 많아 비타민D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자연 상태의 동물성 지방이 비타민D 공급원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라드유를 비타민D 보충 목적으로 과하게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타민D는 햇빛 노출, 식사, 보충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하는 것이 좋고, 라드유는 어디까지나 조리용 지방의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라드유에는 뇌와 신경계 기능에 관여하는 콜린(Choline)도 일부 포함될 수 있다. 콜린은 세포막 구성과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필요한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역시 라드유를 건강기능식품처럼 이해할 근거는 아니다. 라드유의 영양 성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고열량 지방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 계란 프라이에 라드유? 고온 조리에는 장점 있다

라드유가 조리용 기름으로 다시 주목받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맛과 조리 안정성이다. 라드유로 계란 프라이나 볶음밥을 만들면 고소한 향이 강해지고,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익는 느낌이 살아난다. 튀김이나 부침 요리에서도 풍미가 진해진다.

고온 조리에서의 안정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콩기름, 해바라기씨유처럼 다가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일부 식물성 기름은 고온에서 오래 가열할 경우 산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반면 라드유는 상대적으로 열에 안정적인 성질을 지녀 부침이나 튀김 요리에 활용하기 쉽다.


다만 “라드유가 모든 식용유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제 올리브유, 하이올레익 카놀라유 등도 고온 조리에 적합한 기름으로 쓰일 수 있다. 건강한 조리를 위해서는 기름이 동물성인지 식물성인지보다 조리 온도, 가열 시간, 재사용 여부, 전체 섭취량을 함께 따져야 한다.

특히 기름을 반복해서 가열하거나 오래 보관한 기름을 사용하는 것은 어떤 종류의 기름이든 좋지 않다.


라드유도 예외는 아니다. 산패된 기름은 맛과 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건강에도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신선한 상태로 적당량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쇼트닝·마가린보다 낫다? 비교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라드유가 재평가되는 배경에는 과거 제과·제빵에 많이 쓰였던 쇼트닝, 마가린 등 부분경화유에 대한 경계도 있다. 부분경화유에는 인공 트랜스지방이 포함될 수 있고, 이는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상태에 가까운 라드유는 이런 인공 트랜스지방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일부 조리 환경에서는 라드유가 가공 지방의 대체재로 언급되기도 한다.


특히 바삭한 식감이 중요한 페이스트리, 튀김, 부침류에서는 라드유의 조리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건이 붙는다. 라드유가 쇼트닝보다 낫다는 말이 곧 라드유를 많이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라드유는 1g당 9kcal를 내는 고열량 식품이며, 포화지방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요한 사람,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 비만이나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섭취 빈도와 양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 삼겹살 기름 볶음밥, 맛있지만 자주 먹으면 부담

문제는 라드유 자체보다 먹는 방식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고기를 굽고 남은 돼지기름에 김치를 굽고 밥을 볶아 먹는 식습관은 맛은 좋지만, 자주 반복하면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고기로 지방과 열량을 충분히 섭취한 상태에서 밥까지 볶아 먹으면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가 동시에 늘어난다.

여기에 김치, 쌈장, 양념이 더해지면 나트륨 섭취도 많아진다. 삼겹살 기름 볶음밥은 식사의 마무리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또 하나의 고열량 식사에 가깝다. 비만, 내장지방, 고혈압, 심혈관질환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섭취 횟수와 양을 줄이는 것이 좋다.

위장 건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 배출 시간을 늦춰 더부룩함이나 복부 팽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지방과 탄수화물이 함께 많은 볶음밥은 소화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철판이나 불판에 눌어붙은 밥을 과하게 긁어 먹는 습관도 피하는 편이 좋다. 탄 부분에는 당독소가 생길 수 있고, 코팅이 손상된 조리도구를 반복적으로 긁는 습관도 위생과 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 라드유, 먹어도 되지만 ‘매일’은 아니다

라드유는 맹신할 만한 슈퍼푸드도, 무조건 피해야 할 독도 아니다. 올레산 등 불포화지방산을 포함하고 있고, 고온 조리에서 장점을 보일 수 있으며, 풍미도 뛰어나다. 그러나 동시에 포화지방과 열량이 높은 조리용 지방이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건강하게 활용하려면 요리 방식에 따라 기름을 나눠 쓰는 것이 좋다.


샐러드나 가벼운 무침에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처럼 향과 항산화 성분을 살릴 수 있는 기름을 쓰고, 바삭한 식감과 진한 풍미가 필요한 부침이나 튀김에는 라드유를 가끔 활용하는 식이다. 계란 프라이에 소량을 쓰는 정도는 조리의 재미가 될 수 있지만, 매 끼니 식용유 대체재처럼 사용하는 것은 권하기 어렵다.


결국 라드유의 건강성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다. 돼지기름을 식탁에서 완전히 밀어낼 필요는 없지만, 건강한 기름이라는 이유로 과하게 섭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고소함은 살리되 양은 줄이는 것, 그것이 라드유를 가장 똑똑하게 먹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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