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1인 가구, 삶을 들여다볼 때
1인 가구 느는데, 1인 가구 정책은 드물어
가난과 영양불균형으로 삶의 질이 낮아
우리나라의 가구 구조가 저출산·비혼으로 인해 1인가구, 비혼인 동거·경제적 주거 공유 등에 따라 비친족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우리나라 가구 구조의 향후 30년을 내다보는 장래가구 추계 모형을 개선하고 가구추계 발표 주기를 5년에서 2년으로 좁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1인 가구는 증가하고 있었다. 결혼이나 가족, 자식에게 얽매이지 않는 생활, 부모로부터 독립해 온전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생활을 동경해 인 가구가 늘기도 하지만, 비 자발적인 1인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공부나 취직 때문에 가족과 떨어지거나, 이혼, 자식의 독립과 배우자와의 사별 등의 다른 이유들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증가하는 1인 가구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1인 가구 50%는 빈곤
1인가구 빈곤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는 이미 2020년에 나와 있다. 특히 여성일수록, 노인일수록 가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22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47.2%로 집계됐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가처분소득은 개인소득 중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을 가리키는데, 비소비지출이란 소비와 직접관련이 없는 지출로 대출이자, 세금, 임대료 등이 포함된다.
2020년 기준 1인가구의 중위소득은 175만7000원으로 가처분소득기준 상대적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저축이나 소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87만5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1인가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 1인 가구 빈곤율이 남성에 비해 높아
여성 1인가구 빈곤율은 남성보다 높았다. 2020년 기준 여성 1인가구의 빈곤율은 55.7%, 남성은 34.5%다. 다만 2016년과 비교하면 남성(38.7%)과 여성(63.8%) 사이의 성별 빈곤율 격차는 좁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년 1인가구의 빈곤율은 무려 72.1%에 달한다. 10명 중 7명 이상이 가난에 내몰려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어 ▲50~64세(중년) 38.7% ▲19~34세(청년) 20.2% ▲35~49세(장년) 19.5% 등의 순으로 빈곤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체 노인의 빈곤율은 39.0%였다. 마찬가지로 여성(43.9%)이 남성(32.7%)보다 빈곤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빈곤율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점이 꼽힌다. 공적이전소득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복지급여 등 공공기관 등에서 개인에게 지급되는 소득을 말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빈곤전망 모형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85년에도 노인 10명 중 3명은 빈곤한 상태일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에 태어난 이들이 노인이 될 때까지 노인 빈곤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어두운 예측이 있다.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영양 불균형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밥’(혼자 밥 먹기)도 일반화된 가운데, 홀로 식사가 잦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됐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 교수팀은 이미 혼밥족이 늘어나고 있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4910명을 대상으로 혼밥과 건강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두 끼를 혼자 해결하면 여러 명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약 1.3배 높았다. 특히 하루 세 끼를 모두 혼밥하면 고혈압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배달음식이나 간편식 위주로 홀로 끼니를 때우며 탄수화물과 나트륨 등을 과하게 섭취한 탓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1인 가구일수록 혼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교육·소득 수준이 높고 취업 상태이면 혼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혼밥 횟수가 늘어날수록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경향도 높았다. 하루 혼밥 횟수가 증가할수록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느낀다’는 응답이 많았다.
연구팀은 또 “혼밥을 자주 하는 것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었다”며 “홀로 하는 식사가 단순히 먹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 결과는 대한영양사협회지와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등에 소개됐다.
여성 1인 가구 혼밥족 대사증후군 위험 더 높아
성별을 나눠 분석한 연구 결과도 있다. 계명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17~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미만 성인남녀 1만717명을 대상으로 혼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혼밥하는 여성은 대사증후군 위험이 1.5배 증가했다. 남성 혼밥족은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았다.
이 분석에 따르면 하루 두 끼 이상을 혼자 먹는 혼밥족의 비율은 전체의 9%(964명)였다. 이후 심층조사와 추적관찰 결과, 가족 등과 동반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혼자 밥을 자주 먹는 성인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1.2배 높았다.
특히 혼밥하는 여성의 허리둘레·혈중 중성지방 수치·혈중 HDL 콜레스테롤 수치·혈압·공복 혈당 등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대조군에 비해 1.5배였다. 반면 혼밥하는 남성의 경우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지 않았다. 다만 대조군에 비해 중성지방 수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1인 가구 삶의 질 개선에 빠르고 실효성 있는 정책 절실
지금 현재의 우리나라 1인 가구를 위한 정책들을 보면 아직도 1인 가구 증가폭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정책이 1인 가구보다 가족을 더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다. 1인 가구이든, 가족이 있는 가구이든 그에 맞는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구성하라는 은근한 취지를 깔고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가구의 구성원 수가 2인 이하이고,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다. 심지어 2020년 현재 우리나라 생애 미혼율은 남자 16.8%, 여자 7.6%인 정도로 1인 가구 증가에는 50세가 넘은 미혼 남녀들의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 생애 미혼율이 2030년에는 남자 28.3% 여자 17.8% 로 높아 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빨리 시행되지 않으면 1인 가구가 늙어가는 시점에서 빈곤해 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빈곤은 영양의 불균형과 삶의 질을 낮추는 큰 요인이 된다. 안정적인 1인 가구의 삶을 위해서 정부는 정책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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