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피곤한 피로사회, '만성 피로' 의 해법은
현대인의 친구와도 같은 만성 피로
주관적인 증상이라 정의가 모호해
현대인에게 이제 피로는 함께 있는 친구와도 같다. 조금만 신경을 쓰거나 움직여도 금방 피곤하다. 이럴때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자체도 피곤한 일이 된다. 늘 피곤하다보니 이제 현대 직장인들은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잠을 좀 자면 피로가 풀리기 때문에 이틀동안 잠을 자야겠다고 작정한다. 그러나 막상 주말이 돼면 작정하고 잠을 잤어도 피로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잠을 자도자도 계속 졸리기만 할 뿐이다. 이렇게 피로에 시달리다보면 만성피로가 돼서 매일이 피곤하다. 오늘 피곤해 보인다는 동료의 말에 만성피로라고 쉽게 말 하는 '만성피로'. 실제로 있는 병일까, 기분 탓일까.
전문가들은 만성 피로 증후군은 정의하기가 매우 모호하다고 말한다. 다른 질환,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검사를 하면 수치가 나와서 그것을 가지고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로'는 매우 주관적인 증상인데, 그것으로 질병의 발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피로에 대해 판단을 할 때는, 피로를 유발할 만한 다른 의학적인 원인은 모두 배제되어야 하고, 피로와 함께 동반된 증상들이 어떤 특정한 상태를 지녀야 한다.
'피로'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일상적인 활동 이후의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기운이 없어서 지속적인 노력이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피로가 1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는 '지속성피로'라고 부르고,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라고 부른다. 이 '만성피로 증후군'은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되지 않고 환자를 매우 쇠약하게 만드는 상태가 지속된다.
'만성피로 증후군'의 증상은?
우리는 어떤 때에 피로하다고 느낄까?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로 느끼며 의사에게 피로를 호소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 6개월 이상 피로감이 지속되며, 휴식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심하게 장애를 줄 정도 로 피곤하다.
-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운동을 하면 심한 피로감이 몰려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잠이 든다.
- 집중력이 저하돼서 책 한 페이지 읽기가 어렵다. 금방 들은 말도 잊고 되물을 정도로 집중을 못하고 기억도 잘 못한다. 깜빡깜빡 잊는다.
- 잠을 빨리 들 수 없고, 중간에 깨는 때가 많다.
- 자주 두통이 생기고 특별히 심한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근육과 관절에 통증이 있다.
- 많이 먹지 않아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위가 늘 묵직한 느낌이다.
- 독감에 걸린 것 처럼 전신에 통증이 있고 무력하다.
- 손 발이 찬 수족냉증 증상이 있다.
- 빛을 보면 에너지가 빠지는 느낌이다.
-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식은 땀이 난다.
이 외에도 배가 아프거나 가슴이 아프다든가 식욕부진, 오심, 호흡곤란, 체중감소, 우울, 불안 등의 매우 다양한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의 원인은?
'만성피로 증후군'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관련 질환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포함한 각종 감염증,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극심한 스트레스, 독성 물질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중추신경계의 장애에 의한 질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근거로는 만성 피로 증후군을 경험하는 환자들에게서 집중력 장애, 주의력 장애, 기억력 장애, 감각 이상 같은 증상들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중 5~15%의 환자들에게서 발병 후 첫 6개월 이내에 일시적인 마비, 시각장애, 운동부조화, 혹은 혼란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든다.
이러한 증상들은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만성 피로 증후군과 중추신경계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들에서 뇌 혈류가 감소되는 사례가 SPECT 검사 상에서 발견되거나, 각종 신경전달 물질들의 이상 소견이 발견된다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쾌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만성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들은?
만송 피로의 경우,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만성피로에 걸릴 환경에 노출 돼 있다. 만성 피로를 유발하는 질환들은 다음과 같다.
(1) 정신질환 : 우울증, 불안증, 신체화 장애
(2) 약물 부작용 : 최면제, 항고혈압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약물남용 및 금단증상
(3) 내분비 및 대사 질환 : 갑상선 기능 저하증, 당뇨병, 뇌하수체 기능 부전,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고칼슘혈증, 에디슨씨병, 만성 신부전증, 간기능 부전증
(4) 악성 종양 및 혈액 질환 : 숨겨진 악성 종양(췌장암, 대장암 등), 심한 빈혈
(5) 감염질환 : 결핵, 간염, 심내막염, 기생충 질환, HIV 감염, 거대세포 감염증/전염성 단핵구증
(6) 심장 및 폐 질환 : 만성 울혈성 심부전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7) 교원성 질환 : 류마티스 관절염, 정신성 홍반성 낭창(SLE), 다발성 경화증
(8) 수면장애 : 수면 무호흡증, 발작성 수면
(9) 기타 : 위식도 역류, 알레르기성 비염, 비만, 심한 체력 저하
(10) 원인 불명 : 만성 피로 증후군/특발성 만성 피로, 섬유근통 증후근
'만성피로 증후군'의 진단과 검사는?
판단이 어려운 '만성 피로 증후군' 이라도 이것을 진단하는 데에는 기준이 있는데, 1994년 미국의 질병 통제 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 정한 기준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1) 가장 핵심이 되는 만성 피로와 관련된 증상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임상적으로 평가되었고, 설명이 되지 않는 새로운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적 혹은 반복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 현재의 힘든 일 때문에 생긴 피로가 아니고 이전부터 있어온 피로이다.
- 휴식으로 취해도 피로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 만성 피로 때문에 직업, 교육, 사회, 개인 활동이,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비해 실질적으로 감소해야 한다.
2) 위의 피로 이외에 다음 증상들 중 4가지 이상이 동시에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① 기억력 혹은 집중력 장애
② 인후통
③ 경부 혹은 액와부 림프선 압통
④ 근육통
⑤ 다발성 관절통
⑥ 새로운 두통
⑦ 잠을 자도 상쾌한 느낌이 없음
⑧ 운동 혹은 힘들여 일을 하고 난 후 나타나는 심한 권태감
3) 하지만 위의 증상들이 아래에 나열되는 질환에 의한 것이면 만성 피로 증후군에 해당되지 않는다.
- 만성 피로를 설명할 수 있는 현재 증상의 모든 기질적 질환 :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혈, 각종 만성질환,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 수면무호흡증, 기면발작, 약물부작용 등
- 과거에 진단되었지만 회복이 증명되지 않았고 지속되었을 때 만성 피로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기질적 질환
- 정신과적인 주요 우울증, 양극성 정동성 장애, 조현병(정신분열증), 망상 장애, 치매, 신경성 식욕 부진, 대식증
- 만성 피로가 시작되기 2년 전부터 그 이후에 생긴 알코올 혹은 기타 약물 남용
- 심한 비만 (체질량 지수 45 이상)
만성피로 증후군의 검사는 병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만성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들을 배제하기 위해서 시행한다. 필요한 검사 중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 기본혈액검사(CBC)
- 염증 수치 검사(ESR, CRP)
- 소변검사
- 혈당, 각종 전해질, 간 기능 등의 일반화학 검사
- 갑상선 기능 검사
- 류마티스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들
- 정신과적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각종 검사들
만성피로 증후군의 치료는?
만성 피로 증후군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치료 방법이 확립되어 있지는 않다. 증상의 호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비교적 널리 인정되고 있는 치료법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항우울제
항우울제는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에게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 방법이다. 삼환계 항우울제 및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의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항우울제가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면증 및 우울감을 호전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2) 부신피질 호르몬제
단기간 동안 사용하는 저용량의 부신피질 호르몬제는 피로감과 무력감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앰프리젠(Ampligen)
항바이러스 및 면역조절 효과를 가지는 물질로, 현재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인지기능, 업무능력 등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미국과 국내에는 시판되고 있지 않다.
4) 인지 행동 치료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서 피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회복에 대한 비관적 태도 등을 교정해준다. 지지 치료 및 다른 상담 치료와 함께 장기적인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지 행동 요법(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은 일반적으로 활동을 점차 늘려가는 재활적 접근과 함께 만성 피로 증후군에 대한 환자의 생각이나 신념을 다루는 정신적인 접근이 함께 이루어진다. 인지 행동 치료는 흔히 증상이나 질환에 대한 사고, 신념, 증상이나 질환에 대한 행동적인 반응(휴식, 수면, 활동 등)을 변화시킨다.
만성 피로를 유발하는 습관화 돼서 굳어진 행동의 패턴을 변화시키기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피로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만성피로에 바람직하지 않거나,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유발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계기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를 스스로 알아차려야 한다. 그럼으로써 환자는 의사의 도움을 받으며 피로를 유발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더 건설적인 행동을 하는 전략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접근법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자신의 습관적인 행동 등을 관찰하기 위해서 일기와 과제물을 이용하는 것, 기능과 수면,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관리를 증대시키기 위한 행동적 전략을 찾아내는 것 등이 있다.
경과/합병증
'만성피로 증후군'은 그것을 진단하는 기준이 복잡한 것처럼 질병의 경과도 환자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완전히 회복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만성피로 증후군'에 있어서 실제로 '회복된다.'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조차 정확히 내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정확하게 몇 %의 사람이 호전되고, 몇 %의 사람이 악화된 수치는 없다.
미국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의하면, 회복 가능성은 초기 5년 이내에 31.4%, 10년 이내에 48.1%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젊을수록, 동반된 신체 증상이 적을수록 회복이 잘 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되어 있다.
증상을 완화 시키는 음식과 생활은?
생활 속에서 생기는 '만성피로'에 대한 대처는 생활속에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어떤 운동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과거에는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에게 운동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생각하여 운동을 권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점진적으로 유산소성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운동 요법이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들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포함한 점진적인 유산소성 운동이 유연성 운동, 스트레칭, 그리고 이완 요법만을 시행한 경우에 비해서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를 위한 운동 처방은 환자들에게 주 5일간 최소 12주간 운동을 하도록 한다. 또한, 매 운동은 5∼15분 정도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매주 1∼2분씩 운동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 최대 30분이 될 때까지 운동량을 증가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지만 운동 강도는 최대 산소 소비량의 60% 정도로 제한하고, 처방된 한계 이상으로 지나치게 운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운동량을 늘려 나가다가 어느 특정한 단계에서 피로가 더 심하게 유발되면 피로 증상이 줄어들 때까지 그 이전 단계의 운동 강도로 돌아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특별한 음식을 강력히 권하거나 피하도록 조언할 만한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의 음식 섭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간단한 가이드는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몸 상태를 잘 판단하여 음식을 선택한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본인의 증상을 악화시킨다면, 아무리 그것이 좋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피하도록 한다. 샐러드, 브로콜리, 견과류, 과일, 시금치 같은 '좋다고 여겨지는 음식'조차도, 먹었을 때 위에 부담이 되고 소화시킬 수 없다면, 그것은 매우 자극적인 음식일 수 있음을 인지한다.
2) 현명하게 먹는다.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자연 그대로의 영양소를 공급받는 것이 필요하다. 음식 민감성으로 이미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아닐 경우에는 다양하고 폭넓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증세의 개선을 위해 가장 좋다.
3) 단순하게 먹는다.
단순하게 먹으면 음식의 소화를 돕고 음식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알아보는데 좀 더 쉬울 수 있다. 담백한 채식이나 녹말, 단백질을 선택하도록 한다.
4) 소위 건강에 좋다고 하는 음식을 먹도록 한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밀가루나 단순 당분 등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 가능하면 다당류로 된 정제되지 않은 음식(현미 등),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저지방 육류 등을 선택하도록 한다. 인공적인 첨가물이 포함된 모든 가공식품은 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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