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7] 인간의 몸에 깃든 우주 (1)

인간의 몸을 소우주(小宇宙)로 봤던 한의학
하늘에서 온, 우주를 품은 존재로 인간을 존중한 의학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8-14 10:59

[사진=인스타그램 @koreamedicinedoctors]

  ['한의학' 이라고 하면 특별하거나, 생소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함께한 의학인데도 말이지요. 오래전부터 함께 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한의학은 매우 고전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술을 하지 않아 수동적인 의학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MOBON(모본)' 입니다. MOBON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MOBON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MOBON'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인간의 몸에 깃든 우주



‘Remember you are made of star’s dust and nobody can take that away.’
‘기억해.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고, 누구도 그것을 빼앗아 갈 수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SNS를 타고 유행하는, ‘휴대폰에 저장해두고 오랫동안 볼 말들 리스트’ 에 올라 있는 구절이다. 그 리스트라는 것에는 명사들의 말이나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잠언이라 생각되는 말들, 영화의 대사라든가 최근 인기 있는 책 속의 구절들이 주욱 적혀있다. 사람들은 (특히 요즘 20-30대의 젊은이들) 이런 말들을 좋아하고 휴대폰 첫 화면이나, 혹은 개인 메시지 상태 창에 적어 놓는다.

혹자는 피식, 웃었을지도 모를 이 ‘별의 먼지’ 라는 말은 전혀 엉뚱한 말이 아니라고 몇몇의 인기있는 과학자에 의해서 메스컴을 통해 설명되었다. 크고 밝은 별이 폭발했을 때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 여러 물질이 생성되었고 이 물질들이 흩뿌려져 우주의 먼지가 되었는데, 우주 먼지 안에 들어있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등이 인간을 이루는 원소라는 것이다.

인간 뿐 아니라 이 지구의 거의 모든 원소들이 별의 먼지에서 비롯되었고 이것들을 재료로 만드는 물건들 마저도 별의 먼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의 설명에 자신들이 좋다고 생각하고 믿었던 이 구절이 심지어 ‘과학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에 사람들은 새삼스러운 진리를 깨달은 듯 생각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천문과학이 이렇게도 낭만적이라니!!!’ 였다. 그러면서 어쩐지 과학과 우주가 인간과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친근하게 느꼈다.


인간이 별의 먼지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에, 이미 아주 오래전에 인간의 몸을 하나의 소우주로 보았던 ‘한의학’ 이 있었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을 ‘소우주’ 라고 본다. 말 그대로 ‘작은 우주’ 이다. 그렇다면 ‘한의학’은 낭만중의 낭만이다. 얼마나 낭만적이면 별의 먼지 수준이 아니라, 작은 우주이기 까지 할까. 그러나 이러한 ‘한의학’의 기본을 이야기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낭만이 아니라 ‘고리타분’ 쯤으로 해석한다. 아니, 왜?


우주의 시간대로 산다

‘시계’가 중요해진 것은 ‘산업혁명’ 시기부터였다. 시간에 맞춰 공장에 출근을 해야 했고, 시간에 따라 공장의 기계를 돌리는 일은 생산량에 많은 차이를 가져왔다. 시계라는 물건이 사람들 개인에게 필요하기 이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두 말 할 것도 없이 우주의 시간대로 살았다. 사람들에게 시계는 해의 유무, 낮과 밤이었다. 그 이상의 시계는 필요 없었다. 해가 뜨면 활동하고, 해가 지면 들어와 밤이 주는 휴식을 갖고, 잠이 주는 재생을 몸 안으로 들였다. 태양의 주위를 도는 8개의 행성처럼, 인간 역시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각자의 독립성을 지닌 행성으로 태양을 따라 움직였다.

인간에게 내재된 우주의 시계를 인간은 잃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만물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활동했다가 사위어 사라지는 것처럼 인간의 한 생애도 그대로 따랐다. 음과 양의 소멸, 성장, 변화와 음양에서 비롯된 오행으로 우주와 인간생활의 모든 현상과 생성부터 소멸까지를 함께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삶만 따른 것 뿐 아니라, 지구의 원소가 수, 화, 목, 금, 토 인 것 처럼 인간의 오장육부의 조화도 그 오행의 원리에 따라 읽었다.
한의학에서 오장육부는 음양오행의 이치를 따른다. 신장과 방광은 수, 심장∙소장은 화, 간장과 담은 목, 폐∙대장은 금, 위와 비장은 토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그 특성에 맞게 오장육부는 자신의 일들을 해냈다. 우주가 각각의 때를 알고 움직이며 일 해야 변고가 생기지 않는 법이다. 때에 맞게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야 조화를 이루는 것 처럼 인간의 각 장기들의 역할은 인간의 삶을 가장 최적의 상태로 살 수 있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 믿었다.

건강한 삶은 내 안의 우주를 지키는 일이다. 한의학의 기본은 여기에 있다. 내 안의 우주를 지켜내는 것.
아프고 난 이후에 손을 쓰는 것은 이미 늦었다. 아프기 전에 아플 일을 방지하는 것이 한의학이 발전한 길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의사’가 필요 없는 인간의 삶을 지향했던 것이 한의학이다. 그러니, 병에 걸린 사람의 병을 없애서 치료하는 것 보다 병의 요인을 한 발 앞서 감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한의사가 맥을 짚고 유심히 사람을 관찰하는 행위는 이것에 기인한다.

단순히 맥박이 뛰는 정도를 느끼는 것을 넘어 인간 오장육부의 약하고 강함이 사람에게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확인하고 몸 안의 우주가 문제없이 순항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을 느끼면, 그것을 보강하기 위해서 더 나은 식습관을 제안하고, 한약을 조제한다. 아플 때 먹는 약 보다 건강할 때 먹는 약 이야말로 ‘보약’ 이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아픈 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아프다거나, 어떤 부분이 약하다고 자각하지 않는다. 드러나 보이는 현상에만 집중할 뿐 자기안의 우주를 읽는 전문가인 한의사를 찾아가지 않는다. 

(8월17일 목요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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