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 10] 시대에 맞춰 걷다 (2)
아픈 부위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의 원인, 과정, 완치까지 전체적으로 살피는 것이 한의학
['한의학' 이라고 하면 특별하거나, 생소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함께한 의학인데도 말이지요. 오래전부터 함께 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한의학은 매우 고전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술을 하지 않아 수동적인 의학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모본' 입니다. '모본'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모본'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 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모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8월 21일 월요일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모든것은 철학에서 태어난다
과학의 모체는 철학이다. 서양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본질에 집중하는 실체관을 중요시한다. 완벽한 본체, 변치 않는 완벽한 진리는 오직 ‘사유’만 있다고 생각했다. 관념적인 사유만이 불변하는 것이고 눈에 보이는 계속하여 변화하는 현상은 믿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화하는 것을 지배하는 어떤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더욱 사유의 세계를 굳건히 다졌다. 따라서 서양철학은 완벽한 사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논리학이 필요했다. 변화무쌍한 실체를 증거로 삼기에는 불완전하지만, 논리적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어디에서도 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동양의 철학은 사유보다는 경험에 있다. ‘경험’은 동양철학을 발달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서양에서 진리라 말하는 ‘도의 질서’ 를 경험에서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쓴 것이 동양철학이다. 경험에 의해서 모든 것이 확인되었다. 사랑이라는 인간 원초의 감정을 굳이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의 흐름을 경험하는 것 만으로 충분히 사랑이 설명되었다.
자연의 변화와 질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질서와 같다는 것을 알았고, 이것은 자연현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바탕이 되었다. 이렇게 경험에서 나온 것, 현상, 여기에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보았다. 경험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상대나 대상에 따라 변한다. 그러니 동양의 철학은 타자를 통한 경험과 거기에서 생긴 관계가 중심이다.
인간 본질의 관계 속으로
한의학도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우주의 관계, 인간 내부에서 오장육부가 주고받는 관계, 병과 병이 주고받는 관계. 그리고 이러한 관계개념을 표로 만든 것이 ‘오행귀류표’이다. 이것을 기본으로 관계를 확장해 나간다. 관계의 확장은 인간을 매우 복잡한 체계로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인간은 얼마나 복잡한 체계로 이루어진 존재인가. 밥을 먹고, 소화를 하고, 배설하는 것만 보더라도, 인체의 많은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명령을 내리고 따르느라 분주하다. 병이 난 한 부위만, 한 기관만 강조하기 보다는 병의 원인과 치료의 과정과 완치까지를 전체적으로 보고 말하는 것이 한의학이다. 인간에 대한 경험과 관계의 통찰이 여기에 녹아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질병이 계속해서 그 모습을 바꾸고 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약을 사용하면 그것에 내성이 생겨 변이가 일어나고 질병의 성격이 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도, 코로나의 변이에 적잖이 당황했다. 코로나가 빠른 시간 안에 환경에 적응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다변화하는 현대사회는 얼마나 복잡한 환경을 가지고 있던가. 지구, 기후, 오염, 인간이 뒤섞여 변화하고 적응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내, 외부의 환경을 배제한 채 병 자체만 보고 결과만 다룬다면 의학은 당연히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한의학만이 가진 Originality의 발현만이 한계에 다다른 의학에 새로운 한계를 열어줄 수 있다. 멋모르고 발달한 문명에 대해 비판하고, 변형하며 끝까지 살아남는 질병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찾는 것. 질병치료의 접근을 관계에서 찾고, 그 치료가 균형 잡힌 삶의 방식에 있다고 아주 오래전에 마치 지금의 현재를 미리 본 듯한 ‘내경’의 ‘上古天眞論-먼 옛날 자연과 분리되지 않은 인간의 천진함’과 ‘四氣調神大論-사계절에 따른 인간 오장육부를 다스리는 이론’ 을 비판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을 때 새로운 한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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