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 21] 그거 ‘한방’ 맞습니다 (1)

한의학은 경험의 과학
경험적으로 했던 것들이 현대에 와서 과학적인 근거를 가져
이미 일상에서 하고 있는 한의학 체험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10-16 17:1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사람'고치는 의학이었습니다. 단순히 '현상'에만 집중하여 '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이 생기게 된 원인을 생각하고 생활습관과 환경에 더 집중한 의학입니다.
한의학은 그래서 특별하거나 생소하거나 예스러운 의학이 아닙니다. 매우 현대적인 개념의 '예방의학'에 주력한 의학입니다. 아프고 난 후에 병원에 가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방의학은 더욱이 개개인의 체질에 맞춰 개별처방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n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모본' 입니다. '모본'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모본'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모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인간은 '생'이 가진 강한 힘을 지닌 존재


누군가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향해 간다고 매우 시니컬한 표정으로 거기에 더해 철학적으로 이야기 하곤 하지만, 인간은 죽음보다는 삶에 특화된 존재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하지만, 숨만 잘 쉬어도 어쨌든 살아가는 존재 아니던가.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그 작은 아이가 어떻게든 먹기 위해서 엄마의 품속을 파고 들어 기어이 젖을 찾아 온 힘을 다해 빤다는 것을 안다. 의료기관에서 생명에 관계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인간이 얼마나 ‘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악화된 건강을 인간 내부에서 어떻게 회복하는지를 지켜보며 ‘생’ 이 가진 강한 힘에 경탄해 마지않기도 한다.


삶에 특화된 존재 답게, 우리는 아픔이 닥쳐오면 나름의 대처법이 다 있다.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하세요?’ 라는 질문에 아마도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감기 퇴치법을 내놓을 것이다. 따뜻한 차를 마신다는 사람,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사람, 따뜻한 물에 씻고 푹 잔다는 사람,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고 그대로 잠에 든다는 사람, 콩나물국을 뜨끈하게 먹는다는 사람 등. 자신이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잘 듣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 남들에게 가르쳐주고 자신 역시 매번 감기에 걸리면 그렇게 한다.


이러한 여러 방법들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감기에 걸리면 자신들만의 방법이 있다.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에 레몬 조각을 넣고, 머리에 수건을 덮고 대야에서 나는 김을 얼굴에 쬐며 훈김을 들이마시는 것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감기 대처요령이다. 병에 대한 이러한 여러 방법들인 ‘민간요법’은 정말 많다. 이러한 민간요법들은 어떤 것은 말 그대로 ‘민간요법’일 뿐이고 어떤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들이 있다.

민간요법이 가진 경험의 과학


누가 딱히 시킨 것도 아닌데, 우리는 아프면 아픈 자리에 먼저 손부터 가져다 댄다. 어딘가에 부딪혔을 때는 그 부위를 계속하여 문지르고, 손목이나 발목의 관절 부분이 아플 때에는 손으로 주무른다. 머리가 아플 때는 귀 근처, 관자놀이 부분을 나도 모르게 누른다. 체하거나 속이 더부룩 하면 어디선가 들은 기억으로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를 주무른다.


[서진=게티이미지뱅크]

칼 등에 베여서 피가 나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손으로 누르거나 감싸쥐고, 여성들의 경우 생리통이 심하면 배 부분에 두 손을 대고 있거나, 아랫배에 손을 댄 채로 침대에 옆으로 다리를 웅크리고 눕는다. 이 중에 나이가 많든 적든, 매스컴을 통해서 또는 교육을 받아 알든 모르든, 동일하게 하는 동작이 있는데 그것은 배가 아프면 배를 문지른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내 배 뿐 아니라 남의 배도 문지른다.


심지어 남의 배를 문지를 때는 배만 문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까지 부른다. ‘엄마(할머니나 아빠, 어린이집 선생님 등, 문지르는 사람) 손은 약손, ○○(문지름을 받는 사람)배는 똥배’ 라는 가사의 노래이다. 일종의 노동요(?) 이면서 주술요인데, 이것만 보아도 배를 문지르는 행동은 철저하게 ‘민간요법’ 이다. 민간요법에는 이런저런 약초를 먹거나, 약효가 있는 음식을 먹거나, 이게 과연 될까? 싶은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넓게는 병을 쫒아내기 위한 굿을 한다든가 하는 인간의 행동 까지도 민간요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배를 문지르면서 노래까지 한다? 이것은 ‘딱 봐도 미신적인 행동이야.’ 라고 치부할 수 있겠으나, 이것이 마냥 민간요법인 것 만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엄마들 역시 배가 아프다는 아이를 앞, 뒤 재지 않고 냅다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지는 않는다. 더욱이 밤에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잠 못 이루고 칭얼거릴 때, 의원도 약국도 문을 닫아 어디도 갈 수 없을 때, 먼저 아이를 무릎에 눕혀 놓고 일단 배부터 문지른다. 그리고 배를 문지르는 동작에 맞춰 아주 어린시절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그 주술요를 부른다. 젊은 엄마들이 어린시절에 그랬듯, 아이는 엄마의 손길에 잠이 들고 이내 괜찮아진다. 도대체 어떤 힘이 배를 문지르는 힘에 있기에 아이는 편안한 속으로 잠이 들고 일어나서는 뛰어 놀게 하는 걸까.


현대에 와서 배를 문지르는 행위는 한의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밝혀졌다. 먼저 엄마의 따뜻한 손길, 사랑이 담긴 손길에 아이는 배 아픔이 가져온 불안이 가라앉는다. 긴장이 풀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면, 이에 맞춰 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위와 장의 긴장이나 경련이 잦아든다. 경련이 잦아들면 통증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또, 따뜻한 엄마의 손은 아이의 배를 따뜻하게 하여 위와 장의 자율신경이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통증이 사라진다. 


(10월 19일 목요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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