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 22] 그거 '한방' 맞습니다.(2)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한의학적인 행동들은 다 과학적인 이유 있어
'한의학'은 우리 일상속에 녹아 있는 생활의학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사람'고치는 의학이었습니다. 단순히 '현상'에만 집중하여 '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이 생기게 된 원인을 생각하고 생활습관과 환경에 더 집중한 의학입니다.
한의학은 그래서 특별하거나 생소하거나 예스러운 의학이 아닙니다. 매우 현대적인 개념의 '예방의학'에 주력한 의학입니다. 아프고 난 후에 병원에 가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방의학은 더욱이 개개인의 체질에 맞춰 개별처방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n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모본' 입니다. '모본'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모본'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모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10월 16일 월요일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이러한 과학적인 이치를 한의학에서는 ‘기’와 ‘혈’로 해석한다. 한의학에서 인간 몸속의 순환의 원리를 ‘기(氣활동하는 힘)’로 이야기 한다. 인간을 활동하게 하는 힘인 기가 제대로 돌지 못하면 혈액이 돌지 못하고, 혈액이 돌지 못하면 부종과 통증이 생긴다고 보았다. 배가 아픈 것 역시 기가 돌지 않아 막혀 위나 장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으로 본다. 이때 따뜻한 엄마의 손이 아이의 배에 기가 돌게 하여 아이의 뱃속의 경련이 잦아들게 된다. 따뜻한 것에는 핫팩도 있겠으나 특히 엄마의 손이 좋은 것은 ‘엄마’ 라는 존재의 생명의 ‘기’가 손을 통해 나오는 것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오른손으로 배를 쓰다듬을 때 시계가 도는 방향으로 배를 쓰다듬게 되는데, 장은 시계방향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순방향으로 쓰다듬으니 장에 뭉친 가스가 잘 빠지고 배가 편안하게 된다. 이 뿐인가. 장에는 많은 면역 세포가 있다. 엄마의 따뜻한 약손으로 배가 따뜻해지면 장이 본래대로 다시 움직이고 따뜻하게 움직이는 장속에서 유익균이 자라기 유리한 환경이 된다. 유익균이 많아지면 면역력이 회복되는 것은 금방이고, 이는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어지간한 원인균을 물리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배를 문지른다는 것은 아픈 사람에게 마음의 위로를 해 주어 안정시키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랑이 담긴 건강한 기를 전달해주어 아픔을 가시게 해 줌은 물론, 면역력도 생기게 해 주는 행위이다.
일상속의 ‘전통의학’
배 문지르는 것 뿐인가. 우리는 몸이 아프다고 무조건 병원부터 가지 않는다. 약을 먹기 보다는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려고 한다. 음식이 사람의 몸을 이루는 기본이 된다면, 그 음식 안에 사람에게 약으로 작용하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보리차’이다. 모유수유가 끝나면 아기들은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수분이 줄어든다. 줄어든 수분 보충을 위해 아기들에게 음료수 대신 순하게 끓인 보리차를 먹인다. 보리차는 아기들이 수분만 보충하는 것 뿐 아니라, 이유식이나 더 딱딱한 고체식을 먹을 때 아기에게 생기는 변비를 막아준다. 식이 섬유가 많아 장 운동을 원활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 무더운 여름에 체온이 금방 올라가는 아기들에게 찬 것을 먹이기 보다는 보리차를 마시게 하면 보리의 차가운 성질이 아기의 체온 조절을 돕는다. 아기가 장염 증상으로 설사하고 구토하여 생긴 탈수에도 따뜻한 보리차는 장운동을 돕고 수분을 보충 해 준다. 그 외의 다양한 영양소는 아기에게 이롭다.
식품을 약으로 먹는 것은 비단 아기에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고, 성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설사가 났을 때 녹차를 진하게 우려서 먹는다든가, 소화가 안되면 알아서 밀가루 음식을 피한다든가, 여름 더위의 갈증에 맹물을 마시기 보다는 수박을 먹는다든가 하면서 몸을 보살핀다. 철이 없어져서 아무 때나 아무 음식이나 만날 수 있는 세상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도록이면 제 철에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을 찾아 먹는 것. 그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실천하고 있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오래 전부터 음식은 약으로 사용되어 왔다. 아픈 사람에게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니, 당연히 음식은 우리에게 약으로 작용하였다. 오랜 시간동안 무엇을 먹으면 좋고 무엇을 먹으면 나쁜지, 음식의 조화를 따지며 잘 먹도록 노력하고 상극인 음식은 피했던 선조들의 경험은 우리 몸 안에 들어와 있다. 따라서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의 경우는, 같은 음식을 먹고 다른 사람은 멀쩡한데 나 혼자만 더부룩 하다든가 하는 반응으로, 알아서 몸이 그 음식을 꺼린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내 몸을 치료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처방하는 약인 ‘한약’을 생각해보자. ‘한약’이라 하면 생경한 냄새가 나는, 저걸 과연 마실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검은 색깔의, 심지어 맛까지 쓴, 매우 양이 많아서 먹기에 불편한 약일까? 그 약만 생각해도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져서 ‘한의학’이나 ‘한방’은 역시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보기에도 조화로운 밥상, 몸을 덥히는 한 잔의 차, 더위를 내리는 한 조각의 과일, 알아서 피하거나, 주변에서 나쁘다고 말하는 음식들을 먹지 않는 것, 기를 전해주는 따뜻한 손.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전통의학’은 이미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녹아 있다. 일상에 녹아 있는 그거, ‘한방’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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