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진짜처럼..몸속을 어지럽히는 '환경호르몬'

'호르몬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인체, 환경호르몬에 영향 받아
간편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쉽게 찾는 플라스틱, 이제는 완전히 떠나야 할 때
  • 정동묵 기자
  • 발행 2023-11-03 10:40

[사진=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5000원을 넘지 않는 금액과 그에 해당하는 물품들을 판매해서, 생활속에 잡다한 물건들을 살 수 있는 '다이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산다. 아이디어 상품, 실생활에 필요한 상품들에서 군것질거리, 화장품까지 어지간한건 다 판다. 사람들은 여기서 물건을 사면서 종종 '이렇게 싼데, 괜찮을까?' 하는 의심이 들다가도 금방 쓰고 버린다는 생각으로 싼맛에 물건을 산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여기서 판매한 욕실화가 납, 카드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수치가 기준치 보다 높아 리콜을 시행한다고 국가표준원이 밝힌 바 있다. 

해당 욕실화는 말 그대로 환경호르몬에 범벅이 된 제품이다.


환경호르몬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다. 진짜 호르몬이 아니라 환경에서 만들어진 가짜 호르몬, 심지어 우리 몸의 체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생명체는 수많은 호르몬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호르몬들 간의 광범위하고 정교한 네트워크는 생명체의 정상적인 발생, 성장,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들 중 일부는 인체 내부에 존재하는 호르몬들의 작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떤 화학물질들은 이러한 호르몬들과 유사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어떤 화학물질들은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외부 화학물질들을 통틀어 환경호르몬 (environmental hormone) 혹은 내분비교란물질 (endocrine disruptors)이라고 부른다.

산업화 이후부터 인간이 사용하였거나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합성화학물질의 종류는 약 십 만 종에 이르는데, 이 중 공식적으로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은 100여 종 정도이다.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하고 있는 화학물질들의 구체적인 종류는 국가나 기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이것은 판단기준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특정 화학물질이 에스트로겐, 안드로겐, 갑상선호르몬과 같은 특정 호르몬 수용체에 직접적으로 결합하여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하거나 호르몬 수용체를 막아서 내부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양한 인체 호르몬 중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들의 종류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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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이라고 하면 인간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화학물질들만을 생각하기가 쉬우나 자연계 내에서 식물 혹은 미생물이 합성하는 화학물질들 중에서도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종류들이 있다. 그러나 생명체의 진화과정 중에 장기간의 적응기간을 거친 자연계의 화학물질들은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다고 하더라도 식품 내에 포함된 상태로 섭취하게 될 경우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

이와는 달리 20세기 이후에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합성된 화학물질들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게 되면 생태계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 원인
현재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는 화학물질들의 노출경로는 식품, 공기, 피부 등 매우 다양하며, 이러한 노출경로의 대부분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현대사회에서 환경호르몬의 노출을 완벽하게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있는 한 필수적인 음식, 공기, 물에는 이미 다양한 환경호르몬들이 혼합체의 형태로 오염되어 존재하고 그 외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을 통한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은 화학물질의 먹이사슬에 의한 생물농축으로 인한 원재료의 오염, 식품을 담는 용기를 통한 오염, 조리과정 중에 발생하는 오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소화관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인체에 흡수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환경호르몬은 내부 호르몬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므로 내부 호르몬의 상태에 따라 그로 인한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동일한 노출 농도에서도 태아, 영아, 유아, 청소년, 성인에서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고, 성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특히 태아기 혹은 출생 후 초기 발달과정 중에 노출되는 환경호르몬들은 지극히 낮은 농도에서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문제 중 상당수는 성인이 되어서야 발생한다. 그 외에도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영향은 세대를 거쳐서 후대 자손들에게 전달될 수가 있다는 특성이 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인체에 필요한 기능을 적시적소에서 수행한 후에는 조속히 분해되어 체외로 대사되는 내부 호르몬과는 달리 많은 환경호르몬들은 부적절한 시점에 부적절한 용량으로 존재함으로써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인체의 내분비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면서도 복잡하므로 내분비계가 영향을 받을 때 아주 다양한 건강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1. 생식기관의 발생 및 발달에 미치는 영향


환경호르몬들이 생식기계, 갑상선, 시상하부 또는 뇌하수체 등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생식기관의 발생 및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있어 왔다. 많은 환경호르몬들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거나 항에스트로겐 작용을 하고 이중 생식기는 이러한 환경호르몬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장기이다. 비정상적인 생식기관의 발생 및 발달의 예로는 정자수의 감소, 수컷 생식기 크기의 감소, 수컷 생식기의 암컷화, 생식행동 이상, 수정률 감소, 개체수 감소 등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인간에 대한 영향에 대하여서는 1970년대 유산방지제로 사용된 합성 에스트로겐인 디에틸스틸베스트롤(Diethylstilbestrol, DES)을 중심으로 보고되었다. DES를 복용한 임산부가 출산한 2세들에서 남아의 경우 정자수의 감소, 정자 운동성 감소, 기형 정자의 발생증가, 생식기 기형, 정소암, 전립선 질환, 기타 생식과 관련된 조직의 이상들이 발견되었고, 여아의 경우 유방과 생식기관의 암, 자궁내막증, 자궁섬유종, 유방의 섬유세포질환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사람에 대한 영향이 분명하게 확인된 DES와 달리 다른 에스트로겐 합성화학물질의 인체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아직 논란이 많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에서 환경호르몬의 건강영향을 타당성 있게 평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즉, 앞서 기술했던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나 복합체의 특성들로 인하여 개별 환경호르몬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체에서 정확히 밝혀낸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현재까지 설명되지 않는 남성의 정자수 감소와 전립선암, 고환암, 유방암의 증가추세, 불임과 성조숙증의 증가 등은 다양한 환경호르몬의 복합작용으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2) 기타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

최근 화학물질에 대한 환경 중 노출이 비만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비만을 야기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는 유기염소계 농약, 폴리염화바이페닐류(Polychlorinated biphenyls, PCBs), 다이옥신, 불소화합물, 브롬화 방염제, 비스페놀 A, 올가노틴, 중금속류 등으로 매우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여 비만을 일으킨다.

화학물질과 비만간의 관련성에 있어서는 농도가 매우 중요한데 고농도로 노출되면 오히려 체중이 감소하고 저농도로 노출이 되어야만 체중이 증가한다. 여기서 저농도 노출이 의미하는 정확한 농도는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나 사람들이 환경 내에서 노출되는 정도, 즉 노출허용기준 이내의 농도를 저농도라고 할 수 있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로 인하여 제2형 당뇨병, 이상지혈증, 갑상선질환 등과 같은 다양한 대사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많은 환경호르몬들이 지방조직에 저장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비만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많은 질병들의 발생과정에 이러한 환경호르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체의 내분비계는 신경계와 면역계와도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기 때문에 내분비계에 혼란을 초래하는 화학물질들은 간접적으로 면역계와 신경계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소아발달장애, 퇴행성뇌질환, 암, 면역질환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방 및 대처


일반적으로 특정 화학물질이 해롭다고 하면 그 구체적인 노출원을 알아서 노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환경호르몬과 같은 경우,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각종 세제나 생활용품을 친환경제품으로 바꾸면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하여 실제로 특정 일부 환경호르몬의 노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환경호르몬들은 워낙 광범위하게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이미 인체의 지방조직 내에 상당량이 축적되어 있으므로 위와 같은 생활습관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끊임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환경호르몬의 노출을 줄여볼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학물질들 중에서도 지용성이 높으면서 지방조직 내에 저장되는 반감기가 매우 긴 종류들은 환경호르몬으로 문제점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지방조직에 축적되어 있는 화학물질들은 정상적인 지질대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지용성 화학물질들은 수많은 화학물질의 혼합체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동물의 지방조직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을 통하여 농축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먹이사슬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이 많은 동물성식품을 피하는 것은 지용성이 높은 다양한 환경호르몬들의 노출을 전반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같이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체내에 들어온 환경호르몬들의 배출을 가능한 한 증가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야한다. 이러한 화학물질의 배출을 증가시키기 위하여서는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현미를 주식으로 하고 다양한 색깔을 가진 채소와 과일의 섭취량을 늘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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